[식자재유통시장 쟁탈전]성장 가능성 '뒷받침', 향후 격전지로 '발돋움'①식자재 유통시장 규모 '64조', 유통업계 보폭 확대 '시동'
김혜중 기자공개 2024-11-06 07:38:56
[편집자주]
식자재 유통시장이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64조원에 달하지만 아직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이에 기존 식자재 유통사업을 병행하던 단체급식 업체들은 사업을 구체화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단체급식을 취급하지 않는 기업들도 신규사업 명목으로 식자재 유통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더벨은 유통업계 식자재 유통시장 진출 현황과 향후 전략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국내 기업형 식자재 유통시장은 단체급식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급식 제공을 위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에서 기업형 식자재 유통산업이 발전한 영향이다. 최근 출생인구 감소 및 경쟁 심화 속 급식시장 성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국내 단체급식업계는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식자재 유통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2023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6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같은 시기 식자재 유통시장 규모는 63조원에 달한다. 다만 대기업이 전체 B2B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 속 단체급식을 전개하지 않는 유통기업까지도 새롭게 식자재 유통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급식에서 식자재 유통으로, 신규 성장동력 '낙점'
식자재 유통산업은 가정 등에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음식점 및 기타 장소에서 필요로 하는 식재료와 소모품들을 직·간접적으로 공급하는 유통산업이다. 식음료 및 소모품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소싱해 다양한 실수요자에게 제공하는 B2B 구조로 현재 국내 1만여개 기업이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KDFA)에 따르면 B2B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2015년 37조원 수준에서 2020년 55조원으로 성장했다. 엔데믹에 따른 외식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6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시장 규모는 6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업계에서는 2023년 기준 국내 급식시장 규모를 6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가장 최근 지표는 2019년으로 4조2799억원 규모였다. 최근 출생인구 감소와 시장 참여자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 속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급식업체들이 사업 구조 다변화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식자재유통시장 63조원의 규모 중 국내 기업 비중은 15%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지역 영세사업자 및 도매상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전국 소상공인에게 제공되는 소규모 식자재 유통까지 모두 규모에 포함된 영향이다. 지역 소규모 영업이 지배적인 탓에 품질이나 가격 일관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처음 국내 기업형 식자재 유통 시장은 단체급식 지원 과정에서 형성됐다. 단체급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식자재 유통으로 시작했고 일반 식당 및 식품대리점, 체인점 등의 수요자에게 식자재를 제공하는 B2B 산업으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물류 거점 및 소싱 역량도 산업 구조에 맞춰 시스템화 시켰다.
최근 들어서는 외식산업이 양적·질적으로 발전했고 식당의 규모도 대형화 및 체인화됨에 따라 식자재 유통시장 역시 점점 시스템과 자본력을 갖춘 대형 업체 위주로 개편되고 있다. 반조리된 제품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가정 간편식 시장도 확대되며 설비 투자가 가능한 대형 기업 위주로의 시장 재편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유통시장 규모는 급식시장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지만 아직까지 활발하게 진출하지 못한 영역”이라며 “대형 단체급식 기업들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서히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 통합·인수합병·신규사업', 진출 및 확장 방식은 '상이'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한 유통업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식자재 유통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규 사업진출에 나선 기업부터 기존 사업 확장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다만 각 기업별로 타깃으로 노리고 있는 고객층과 시장 확장 정책은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식자재유통시장 1위 사업자 CJ프레시웨이는 각 지역에 산재된 식자재 유통 법인을 하나로 통합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했다. 이어 물류센터를 운용하는 자회사를 합병하면서 식자재유통시장 확장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향후 물류 인프라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B2B를 넘어 B2C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감한 M&A로 시장에 진출한 기업도 있다. 사조그룹은 최근 사조CPK와 사조오양을 앞세워 식자재 유통 기업 ‘푸디스트’ 지분 99.86%를 2520억원에 인수했다. 사조그룹은 근간사업인 수산업을 기반으로 M&A를 통해 식품부문에서도 밸류체인을 형성했다. 곡물을 해외로부터 직접 수입하고 가공·식품을 제조하면서 식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식자재 유통사업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증권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더본코리아도 식자재유통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더본코리아는 신규 매출 확보를 위한 청사진으로 군급식과 기업급식을 포함한 B2B유통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급식사업 전개를 위한 식자재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원료 공급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2024년 말까지 신규조직을 설립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식자재유통시장으로 묶여있긴 하지만 각 기업별로 접근 방식과 전략은 상이하다”며 “성장성을 인식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식자재유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진입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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