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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아이디스홀딩스, 지주사 체제 버렸어도 '실익 챙겼다'⑥2018년 자진 해체, 손자회사 '100% 지분' 규제 탈피 '파트너십 집중'

최현서 기자공개 2024-11-07 13:11:30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5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는 장기간에 걸쳐 지주회사 체계 뼈대를 마련했다. 2006년 불거진 지배력 약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후 2012년 지주회사로서의 지위를 획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뒤 지주회사 체제를 자진 포기했다. 지주사 규제 적용 유예 대상이었던 보안 기업 중 처음이었다. 별도 사업이 없는 아이디스홀딩스에게 자산 총계 5000억원의 벽은 높았다. 올해도 50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2700억원 가량의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지주사를 충족하는 자산 기준도 높았지만 자회사가 손자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어야 하는 규제를 피하고 싶었던 의도도 숨겨져 있다. 다른 정보기술(IT) 영역에 영상보안기술을 접목하고 싶었던 사업 구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아이디스홀딩스는 지주사 지위를 회복하지 않으면서도 IT 사업 영토를 넓히는 실익 중심 경영을 유지할 전망이다.

◇차분히 준비했던 지주회사 체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이디스의 최대 주주는 지주사인 아이디스홀딩스다. 전체 지분의 44.66%(478만5980주)를 갖고 있다. 김 대표(1.88%, 20만1703주)와 허준혁 아이디스 상무(0.12%, 1만2808주)가 특수관계자 그룹을 이루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은 46.66%(500만491주)다.

김 대표는 2~3년에 걸쳐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하며 꼼꼼하게 계획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체계 구축 전인 2010년까지 아이디스의 지배력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사주를 모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자 했으나 외부 지분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주사 카드도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미국 투자은행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트', 룩셈부르크 소재 사모펀드 '제네시스 스몰러 컴퍼니' 등으로 구성된 외부 세력 지분은 23.16%(230만6433주)였다. 이듬해 영국 금융그룹 HSBC 등이 들어오더니 2010년에는 김 대표를 제외한 5% 이상 주주 지분율이 39.17%(393만6972주)까지 뛰었다. 외부 세력은 주로 신흥 시장에 잠재력을 가진 상장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런 배경으로 인해 아이디스의 주요 주주였던 NXC(2010년 기준 지분 9.58% 보유)마저 투자회사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NXC가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투자한 곳이 아이디스였기 때문이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김 대표가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현 총장)를 은사로 두고 있다는 인연 역시 시장의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지배력 이슈로 많은 논란이 생겼지만 김 대표는 차분히 단계별로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지배력 약화 우려가 제기되기 전인 2006년 말부터 매해 자사주를 모았다. 2010년 자사주 비율은 18.5%(156만4298주)까지 늘어났지만 특수관계자 지분(19.92%, 199만5830주)을 더해도 외부 세력 지분을 초과할 수 없었다. 그 다음 단계로 지주회사 체계 수립을 꺼내들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아이디스의 5% 이상 주요 세력은 없다.

다만 소액주주 지분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아이디스 주식이 가치주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아이디스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보고 개미들이 늘어났다.

지주사 체계를 갖춘 직후인 2011년 말 기준 소액주주 지분은 23.1%(71만8817주)였다. 2014년까지 소액주주 비율은 22%대에 그쳤으나 2015년 그 비율은 29.82%(319만5945주)로 늘었다. 2020년 44.5%(460만7639주)로 늘어나더니 지난해 말에는 그 비율이 48.52%(1071만6390주)를 기록하며 특수관계인 지분을 넘겼다. 아직 행동주의 성향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주사 지위 포기, IT 영토 확장 선택

우여곡절 끝에 지주회사 체계를 갖춘 아이디스홀딩스는 201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기준을 충족한다는 심사 결과를 받았다. 어엿한 지주회사로 인정받았다.

당시 지주사 허들은 지금보다 낮았다. 핵심 기준 중 하나인 자산 총계는 1000억원만 넘기면 됐다. 당시 아이디스홀딩스는 △아이디스 △아이앤아이(2012년 12월 아이디스홀딩스에 흡수합병) △아이앤에이시스템을 자회사로 뒀다. 자산 총액은 2021억원이었다.

하지만 2017년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됐다. 지주회사의 자산 기준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2027년 6월 30일까지 유예 기간을 부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번에 개정안을 적용하기 어려우니 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셈이다. 동시에 신청을 통해 지주사 제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아이디스홀딩스는 2018년 3월 지주회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주사 적용 유예가 걸린 보안 기업 중 처음이었다. 자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2017년 말 기준 아이디스홀딩스의 자산 총계는 2788억원으로 5000억원 기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6년이 지난 올해도 자산 총계에 큰 변화는 없다. 올 상반기 기준 아이디스홀딩스의 자산 총계는 2739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아이디스홀딩스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계로 바꾼 이후로 아이디스홀딩스가 별도 사업을 하는 게 없기 때문에 자산 총계 5000억원을 넘길 가능성은 없었다"며 "임대라고 할 수 있는 건물만 있는 상황이고 현금성 자산도 넉넉하지 않았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100% 룰'도 지주회사 체계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지주사의 자회사는 기업을 인수할 때 피인수회사의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지주사 체계를 지키던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진행된 자회사의 인수 사례는 아이디스의 '에치디프로' 인수 건 밖에 없다. 지주회사 규제로 인해 자회사의 타 법인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인 아이디스는 2012년 10월 CCTV 카메라 제조업을 영위하는 손자회사 에치디프로를 인수했다. 당시 에치디프로 지분 49.55%만 인수했다. 2012년 아이디스 자본(651억원)의 12.56%에 달하는 82억원을 쏟았다. 남은 에치디프로 지분 50%를 추가로 취득하기에는 재무적인 압박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관련 규제가 없을 경우 지분 100%를 소유해야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아이디스홀딩스의 종속회사는 피인수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할 정도의 지분을 취득하며 김 대표의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2021년 5월 아이디스는 무전 통신 사업을 영위하는 KT파워텔(현 아이디스파워텔)을 393억원을 들여 지분 44.85%를 취득했다. 이후 아이디스는 보안 소프트웨어 역량과 KT파워텔의 무전 통신 능력을 결합한 앱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는 아이디스홀딩스가 앞으로도 지주회사 지위를 회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스홀딩스가 지주사 지위 없이도 의도했던 목표들은 착실히 이루는 중"이라며 "지주사로서의 규제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사업 확장을 이루는 편이 이점인 걸 전략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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