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을 움직이는 사람들]'현장형 리더' 김경 대표, 섬유산업 위기 속 믿을맨①현장조직 두루 거친 '현장통', 화학섬유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추진
윤종학 기자공개 2024-11-15 07:59:29
[편집자주]
한세실업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버텨내며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비해 선제적 투자를 감행한 부분들이 실적 개선에 반영되는 모양새다. 한세실업은 향후 주력 사업인 의류제조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고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벨은 한세실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1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정답은 현장에 있다'. 김경 한세실업 대표이사(사진)의 경영철학이다. 해외 영업과 생산혁신, 해외생산 법인 등 회사 내 다양한 조직을 두루 거치며 얻은 경험에서 우러난 경영철학은 섬유산업의 위기 속에서 한세실업의 사령탑을 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김 대표는 취임 후 공정효율 모듈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해왔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용절감과 품질관리 등이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올해 들어 김 대표의 경영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읽힌다. 2025년 글로벌 경기가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하며 화학섬유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수직계열화 확립을 통한 생산역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장형 리더 추구, 2023년 공동대표 맡아
한세실업은 글로벌 유명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자 개발생산)방식으로 수출하는 글로벌 패션섬유기업이다. 소비재인 만큼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지녔다. 2022년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고금리 장기화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졌고 이는 한세실업의 사업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 한파를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 셈이다. 이에 한세실업은 김경 대표를 선임하고 김익환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위기 속에 믿을맨으로 김경 대표가 낙점된 것이다. 특히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세 2.0'이라는 새 비전이 선포된 상황이었던 만큼 현재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 향후 신사업 동력까지 갖춰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김 대표가 한세실업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데는 그의 현장형 리더쉽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1962년생인 그는 1986년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 이후 섬유업계에서만 근무하고 있다. 앞서 2006년 한세실업에 합류해 약 19년 동안 다양한 현장조직을 거치며 현장형 리더로 꼽히고 있다.
그는 2006년 수출1부문 본부장을 시작으로 2011년 수출1부문 부문장, 2021년 생산혁신부문 부문장, 2022년 생산혁신부문 베트남 부문장 등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한세실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 내 다양한 조직을 두루 거치며 언제나 '직접 현장에 들어가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영업 조직은 시장에 직접 나가 바이어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유대관계를 구축해야 하며, 생산 조직은 공장과 다양한 솔루션 업체들을 직접 방문하여 기술을 검증하는 등 현장의 디테일에 집중하는 것이 성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취임 이후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섬유산업 자체가 지닌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자동화와 공정 효율화에 집중했다. 섬유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개발도상국의 경쟁력 있는 임금 구조와 신입 공원을 빠르게 숙달시키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많은 국가에서 임금 인상, 젊은 세대의 육체 노동 기피, 인구 증가율 감소가 지속되면서 이러한 핵심 원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 기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절감해 비용을 관리하고 계량과 생산량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미숙련 노동자 배치 시에도 일관된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각 공장에서 다양한 제품에 최신 기계와 공정을 적용해 테스트하며 그 결과를 모든 법인과 공유하고 있다"며 "향후 유사한 제품 생산 시 초기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식으로 ‘모듈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섬 포트폴리오 강화·다품종 소량생산 추진 계획
김경 대표는 향후 사업 추진 계획으로 화학섬유 포트폴리오 강화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 확립을 꼽고 있다. 패션업계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앞서 미국 화학섬유 제조업체 ‘텍솔리니(Texollini)’를 인수하며 화학섬유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세실업은 니트, 우븐 등 천연섬유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텍솔리니 인수로 기능성 화학섬유 부문에도 경쟁력을 갖추며 매출 규모를 확대하고 계절성, 수량, 수요 변화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액티브웨어 등 수익성 높은 의류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니트, 우븐 아이템의 개발 및 생산관리 노하우를 토대로 화학섬유에 기반한 새로운 바이어 개발과 아이템 수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시장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아웃도어와 특수 기능성 의류 브랜드를 타겟팅해 기술적 차별화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사업군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패션업계는 다양한 신생 브랜드의 등장과 급격한 성장 및 쇠락이 반복되면서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세실업 같은 ODM 벤더의 필수 요소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떠오르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고 신생 브랜드에 초기부터 생산 솔루션을 제공해 전략적 성장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세실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 확립을 위해 시장 트렌드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신생 브랜드와 신규 아이템 (아웃도어, 특수 기능성 의류 등)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 내부적으로 트렌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과 인력을 신설해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다양한 기능성 아이템 개발을 위한 화학섬유 R&D 및 생산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베트남과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확립하고 외부적으로 미국, 스페인, 일본에 R&D 오피스를 설립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바이어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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