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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이브와 '헤어질 결심'…계약상 법적 근거는 전속계약해지 언급 내용증명 발송, 국감 문건이 불씨?…신뢰의무 이행 요청

이지혜 기자공개 2024-11-18 09:30:3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5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진스가 마침내 어도어, 하이브 측과 대결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어도어에 시정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은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특정문서를 언제 발송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에 공적으로 증명하는 등기 취급 우편제도다.

그동안 뉴진스가 먼저 전속계약해지를 요구한다면 어도어, 즉 하이브 측에 수천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줄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도 뉴진스가 전속계약해지를 먼저 언급한 건 법적으로 유리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문건에서 뉴진스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되는 문구가 나온 만큼 하이브 측이 기획업자로서 신뢰를 저버렸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진스가 보낸 내용증명 '핵심은 신뢰 의무 위반 여부'

15일 하이브 측에 따르면 뉴진스가 보낸 내용증명이 전일 오전 어도어에 도착했다. 어도어를 비롯한 하이브 측은 “전일 오전 내용증명을 받아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요청사항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지혜롭게 해결해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뉴진스가 요구한 첫 번째 사항은 “하이브가 ‘뉴(뉴진스를 지칭)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뉴진스를 버리라고 결정,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고 그 과정에서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 민·형사상 조치를 하라고 주장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 '뉴진스'

국감에서 공개된 하이브 내부문건 ‘음악 산업 리포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문건에는 ‘뉴아르(뉴진스, 아일릿, 르세라핌)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하이브가) 뉴(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즉 어도어를 비롯한 하이브가 뉴진스와 전속계약을 맺었는데도 매니지먼트사로서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뉴진스가 판단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이브와 어도어 등 소속사, 즉 기획업자가 매니지먼트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전속계약해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일부 아티스트는 이를 근거로 법정 다툼에서 승소했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에 따르면 △소속사가 특정 기간에 데뷔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일방적으로 쫓아내고도 계약기간에 계약을 해지해줄 수 없다고 아티스트에게 통보한 경우 아티스트가 전속계약해지 확인의 소에서 승소했다. 오페스는 현재 뉴진스 팬덤인 버니즈의 법률대리인으로 하이브의 부정행위 의혹 등을 제기, 경영진 고발 등을 맡아 진행하는 법률사무소다.

뉴진스도 이런 사례를 참고했을 수 있다. ‘뉴(뉴진스)를 버리고 새로 판을 짠다’는 내용은 하이브, 즉 어도어가 매니지먼트사로서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전속계약해지를 당장 요구하기 어렵다. 해당 리포트 작성에 누가 개입했는지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뉴진스가 본인들을 버리라고 밝힌 인물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라는 요구를 덧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뉴진스는 △동의 없이 공개된 동영상과 사진 자료 등 삭제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 분쟁으로 기존 작업물이 삭제될 수 있는 문제 해결 △뉴진스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을 지키고 △하니에게 ‘무시하라’고 발언한 다른 레이블의 매니저의 공식적 사과 등을 요구했다.

송혜미 오페스 변호사는 "전속계약에서 중요한 건 상호 신뢰 의무 위반 여부"라며 "현재 뉴진스의 요구사항은 어도어가 기획업자로서 뉴진스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표준전속계약서로 살펴본 하이브와 뉴진스의 '시시비비'

뉴진스의 주장에 따르면 하이브, 어도어의 행동은 표준전속계약서 상 위반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 올 6월 개정된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가수의 표준전속계약서에 따르면 △‘기획업자'는 ‘가수'가 자기의 재능과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매니지먼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또 △매니지먼트 권한 범위 내에서 대중문화예술용역과 관련하여 ‘가수'의 사생활 보장 등 인격권이 대내외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저작물도 마찬가지다. △‘기획업자'와 ‘가수’는 양자가 보유한 저작권 및 저작권 이외의 저작권법이 정한 권리(저작인접권 등)를 적절히 활용해 다양한 가치 창출 및 수익 확대를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비록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자체는 일반적으로 기획업자가 보유하지만 현재 신우석 감독과 분쟁으로 뉴진스의 작업물 자체가 사라지는 건 이런 협력 조항에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뉴진스가 유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가수’ 즉 아티스트가 전속계약해지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때는 ‘기획업자'가 계약에 따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데도 ‘가수'가 계약기간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문제는 뉴진스의 요구사항 중 민희진 어도어 사내이사의 대표 복귀 요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법원은 민 이사가 신청한 ‘대표이사 민희진 선임’에 대한 어도어 이사회의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만일 뉴진스의 민 이사 대표 복귀 요구가 계약 파기 목적으로 계약상 내용 위반 사항에 해당한다고 법원에서 판단하면 뉴진스는 전속계약에서 풀려나지 못하거나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송 변호사는 “뉴진스의 요구는 단순히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 없다”며 “민 이사의 대표 복귀 요구는 실상 뉴진스가 ‘수납’ 등을 걱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어도어를 만들어 기획업자로서 신의를 다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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