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HUG 신종자본증권 '사활' NH증권, 막판까지 '금리 고심'증권신고서 제출 기한 막판까지 금리밴드 협의…영구채 주관 평판 '사수'
권순철 기자공개 2024-11-20 13:30:5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0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를 두고 NH투자증권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주관사에서 금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HUG가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하는 구조지만 사전에 전달하기로 했던 시간대를 훌쩍 넘겨 통지돼 예정보다 늦게 금리 밴드가 확정됐다.유관 부처 간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높은 발행금리에 대한 우려는 잦아든 상황이다. 다만 시장 내 자금 흐름에 이상이 생긴다면 적정 금리를 도출하는 주관사의 역량에 물음표가 제기될 수 있다. 추후 영구채 주관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었기에 금리 고민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 금리밴드, 막판까지 '고심'…수요예측 연기 전과 '동일한' 밴드 합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UG는 19일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치른다. 창립 이래 첫 영구채 발행으로 프라이싱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원까지 조달할 수 있음을 밝혔다. 성공적인 조달을 위해 HUG는 NH투자증권에게 단독 주관 업무를 위임했다.
단연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3.50~4.10%의 희망 금리 밴드다. HUG는 당초 11월 5일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 일정을 추진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동이 걸리자 스케줄을 연기했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 가운데 NH증권과 HUG도 약 2주 뒤 발행 재개 시점에서 기존의 금리 밴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수요예측이 연기됐던 결정적인 이벤트인 금융위와 유관 부처 간 불협화음이 해소되면서 HUG가 금리 밴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도 금리 조정은 별도로 없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까지 금리 밴드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HUG의 금리는 NH증권에서 전달 받은 의견을 바탕으로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됐다. 본래는 13일 오전까지 주관사로부터 금리에 대한 입장을 전달받기로 했지만 HUG가 이를 확인한 시점은 16~17시 즈음으로 추정된다.
HUG 측 관계자는 당시 "오전에 의견을 받기로 했는데 주관사에서 아직 말이 없다"며 "오늘 중으로는 금리 밴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밴드에 대한 윤곽이 늦게나마 구체화된 HUG는 14일 늦은 오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19일 수요예측, 26일 발행 일정을 차례로 밟을 예정이다.
NH증권 입장에서는 적정 금리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했다. 금융위가 발행을 승인하긴 했지만 HUG의 영구채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우려까지 완전히 불식됐다고 확신하긴 어려웠다. 그렇기에 발행 이후 시장 자금 흐름에 이상이 생긴다면 적정 금리를 도출하는 주관사의 역량이 의심받는 상황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를 제대로 산출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주관 증권사에게 있어 향후 딜 주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명적인 비수다. 이는 금리 때문에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는 맥락과는 결을 달리 한다. 오히려 금리가 HUG의 공모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AAA급 초우량 공사채이기에 우량채를 담는 기관들에겐 더 없이 좋은 재료다.
그와 별개로 HUG 이후 금융사들이 시장성 조달을 추진할 때 NH증권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HUG의 금리가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금융사들이 후에 채권을 발행할 때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면서 "만일 그렇다면 주관사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신종자본증권은 양 사이드가 만족할 수준의 금리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작업이 원활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건은 CEO에게까지 보고되는 사안이라 금리 산정의 적정성 여부가 향후 주관 파트너십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NH증권은 HUG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를 '단독으로' 산정하고 있어 책임론이 제기될 시 집중 포화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민평 금리가 없어 과거 사례 등을 참고해 적정 금리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HUG는 창립 이래 첫 신종자본증권이기 때문에 기준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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