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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호 KB 1년 점검]난세의 리더십, 치세의 리더십①순탄했던 선임 과정…부족함 없는 KB금융 내 과제는

조은아 기자공개 2024-11-25 13:28:15

[편집자주]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어느덧 취임 1주년을 맞았다. 9년 만에 새 리더십을 맞는 만큼 양종희호 KB금융을 향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많았다. 든든한 은행,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안정된 지배구조 위에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발걸음이 가벼울 순 없다. 현상유지를 넘어 양종희 회장의 성과 역시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벨이 양종희 회장 체제 1년 KB금융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15: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의 관심은 온통 여의도를 향했다. KB금융의 역사를 바꿔놓은 윤종규 전 회장의 후임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양종희 회장은 일찌감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명됐고, 비교적 순탄한 과정을 밟아 회장으로 선임됐다. 은행장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외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가 쌓은 경력은 은행장 경력과 비교해도 결코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9년 만의 리더십 교체였던 만큼 회장 선임 이후에도 양 회장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전임자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지라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비은행 강화라는 사업적 과제 외에도 흐트러진 조직 재건과 지배구조 구축이라는 사업 외적 과제가 산적했던 전임과 달리 양 회장에겐 그룹의 안정적 성장, 수익성 및 건전성 강화라는 언뜻 당연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었다.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오점 없던 선임 과정

KB금융은 윤 전 회장 시절 유력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주요 부문을 번갈아 맡겨 전반적인 CEO 업무를 경험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객관적인 경쟁과 평가가 가능토록 했다. 양 회장은 이 승계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첫 회장이다.

양 회장은 금융그룹을 이끌만한 모든 덕목을 갖췄다. 은행에서 20년가량 재직하며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았고 보험사 CEO도 상당 기간 지냈다. KB손해보험 대표 이후엔 10년 만에 부활한 부회장에 올랐으며 보험부문장에서 시작해 SME부문장까지, 그야말로 거칠 수 있는 모든 자리를 거쳤다.

사실 금융지주 회장같은 자리에 오르려면 능력만큼이나 외부 여건 혹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능력에선 부족함이 없던 인물들이 막판 갈등에 휩싸이면서 그간 '튀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인물들이 어부지리로 수장에 오른 사례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승계 프로그램이 워낙 탄탄하게 설계되고 일찌감치 가동된 덕분에 승계 과정 역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부회장에 오를 때부터 차기 회장 후보로 거명된 3명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끝까지 이변은커녕 이변 가능성이 제기된 적도 없다. 다크호스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리그 참가자를 뽑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던 만큼 선임 과정을 뒤흔들만한 비판은 아니었다.

내정자 시절 정부와 KB금융의 갈등이 변수로 떠오르긴 했지만 내정 결과를 뒤집을 결정적 흠결은 없었다. 세계 1·2위 글로벌 자문사가 양 회장 선임에 찬성표를 던진 데 이어 국민연금도 찬성 의견을 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023년 11월 21일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본관에서 회장 취임식을 하고 있다. <사진=KB금융 제공>

◇난세에 영웅이 난다면…태평성대의 과제는

KB금융은 2008년 9월 설립돼 지금까지 모두 5명을 회장으로 맞았다. 16년이라는 역사에 비해 회장 수가 적은 편인데 이 가운데 절반을 훌쩍 넘는 9년을 윤 전 회장이 이끌었다. 1~3대의 재직기간을 모두 더해도 윤 전 회장 한 명에 한참이나 못미친다.

단순히 재임 기간만 긴 게 아니다. KB금융은 윤 전 회장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맞은 변화를 맞았다.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과 리딩뱅크를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지금의 외형을 완성했다. 외풍을 차단해 투명하고 공정한 승계 프로그램을 안착시킨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뒤집어 보면 KB금융에 그만큼 바꿀 게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 전 회장이 연임을 거듭할 수 있던 배경에도 '아직 할 일이 남았고, 지금으로선 다른 적임자가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양종희 회장은 윤 전 회장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놓여있다. 편해보이지만 결국 결과로 얘기한다는 점에서 성과를 내기엔 오히려 불리하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는 이미 완성됐고 인수된 회사들은 초반 혼란의 시기를 넘겨 시장에 안착했다.

양 회장은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그룹의 지속적 성장을 이끄는 한편 수익성을 높이고 건전성 역시 끌어올려야 한다. 금융권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ESG 경영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아직은 이르지만 후계 구도 역시 언젠가는 구체적 구상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가장 약점인 해외사업 강화 역시 KB금융 회장에겐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무엇보다 윤 전 회장이 오랜 기간 닦아놓은 경영 철학을 이어나는 동시에 그와는 다른 리더십으로 조직을 사로잡아야 한다. 10년 가까이 한 사람에 의해 굳어졌던 경영 스타일에 어느 정도 변화를 주고 관성을 깨뜨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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