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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밸류업 점검]국내 유일 자기주식 '제로' 지주사로 가는 길2026년 5000억·분할단주 자기주식 소각 시 실현…소규모 수시 매입·소각도 검토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12 14:01:30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고 있다. ㈜LG가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회사 입장에서 자기주식은 활용 가치가 높은 카드다. 자기주식을 매각하거나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 제3자에게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국내 주요 지주회사들이 보유한 자기주식을 쉽게 소각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LG의 자세는 꽤 전향적이다. 국내 유일 '자기주식이 없는 지주회사'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LG는 지난달 말 개최한 기관 투자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자기주식 전량 소각 의지를 피력했다. 2026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매각을 완료하고 분할 단주 발생으로 취득한 자기주식 보통주 4만9828주, 우선주 1만421주도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량 소각하는 안을 의결하는 게 골자다.

분할 단주는 주식 분할 과정에서 발생하는 1주 미만의 주식이다. ㈜LG의 분할 단주는 2021년 5월 LX홀딩스가 인적분할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LG는 이를 자기주식으로 취득했다. 계획대로라면 ㈜LG는 2026년에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기주식이 없는 지주회사가 되는 셈이다. ㈜LG 관계자는 IR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자기주식 '제로' 지향은 재계 다른 지주회사들이 자기주식 소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이례적이다. 일례로 삼성그룹의 지주사격인 삼성물산과 SK그룹 지주사 SK㈜는 올 3분기 말 기준 각각 1561만6526주, 1798만4141주의 자기주식을 가지고 있다.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8.78%, 24.8%에 달하는 양이다.

이외에도 △포스코홀딩스(700만3598주, 8.48%) △롯데지주(3410만3937주, 32.51%) △㈜한화(558만1558주, 7.45%) △HD현대(832만4655주, 10.54%) 등 10대 대기업집단의 지주사들도 대부분이 많은 자기주식을 가지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다.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자산가치가 높아져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주들은 기업이 자기주식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까지 해주길 기대한다.

㈜LG는 추후 자기주식을 사들일 여력이 있으면 소액을 투입해서라도 매입하고 즉각 소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LG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통해 자기주식 매입 자금을 '비경상이익'뿐 아니라 '별도 당기순이익 중 잉여현금'까지 범위를 넓혔다. 비경상이익은 자산 처분, 지분 매각 등으로 들어오는 일회성 이익을 말한다. 별도 당기순이익에서의 잉여현금은 배당금 지급과 미래 대비에 대한 투자를 집행하고도 남은 현금을 의미한다.

㈜LG는 매입 여력이 있으면 적게라도 자주 자기주식을 사들여 소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전에는 자기주식 매입 규모가 수천억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비교적 소액이더라도 여력이 될 때 자기주식을 자주 매입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각하는 게 더 낫다는 시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LG는 2022년 5000억원 규모(보통주 605만9161주)의 대규모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안을 처음 발표했다. 2024년 말까지 2년여간 자기주식을 매입해 주주가치 제고, 주가 안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재계가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에 대응해 자기주식 매입으로 주가 방어에 나서던 시기다. ㈜LG가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건 2000년 이후 약 22년 만이라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5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은 시장 전망보다 반년이나 빠른 지난 2분기 말에 완료됐다. ㈜LG 유통주식 수는 1억5730만주에서 1억5123만주로 줄었다. ㈜LG의 주당순이익(EPS)은 최근 3년 새 당기순이익 감소로 1만원대에서 8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자기주식 매입이 이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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