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순환파크' 대구에 들어선다...재활용사업 마중물 기대 축구장 9개 크기, 내년 3월 준공…글로벌 규제 핵심, 시 관계자 대기업 계열 등과 접촉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09 08:14:37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에 국내 최초 폐배터리 재활용 전용 산업단지가 구축된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과 연구기관, 전기차 전용 폐차 시설, 폐배터리 시험평가센터 등이 들어선다.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은 이미 입주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사업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달성 2차산단에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단지...내년 3월 준공 예정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준공 예정) 대구 달성2차산업단지 일대에 '폐배터리(사용 후 배터리) 순환파크'가 들어선다. 부지 규모는 축구장 9개를 이어 붙인 1만7000평이다. 대구시가 약 215억원을 투입해 조성한다.
이는 국내 최초의 폐배터리 재활용 집적 단지다. 포항 블루밸리산업단지에도 이와 유사한 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있긴 하지만 이곳에는 배터리와 소재 기업들도 함께 입주했다. 폐배터리 기업만을 위한 전문 산업단지 구축은 대구가 처음인 셈이다.
순환파크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과 연구기관, 폐배터리 시험평가센터, 전기차 전용 폐차장 등이 들어선다. 기업 중에선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공정을 보유한 기업만 입주 대상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셀을 분리해 리튬, 니켈 같은 금속을 추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활용 공정은 크게 전처리, 후처리로 나뉜다. 회수한 배터리를 해체해 알루미늄과 철 등을 분리한 후 기계적 분쇄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포함된 검은 가루인 '블랙 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이 전처리 공정이다.
후처리 공정은 블랙 파우더를 화학 처리해 개별 원재료로 분리하는 과정이다. 산에 녹여 정제 화합물 또는 금속 등의 형태로 회수하는 방식인 '습식', 높은 열을 가해 액체로 바꿔 원재료를 회수하는 '건식' 방식으로 구분된다.
대구시가 전처리 공정 기업만 입주 대상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 때문이다. 후처리는 물리적 공정인 전처리와 달리 황산 같은 독성 물질을 사용한다. 습식 공정의 경우 고독성 폐수를, 건식 공정은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시 관계자는 "폐수나 분진 등을 유발하는 기업은 입주에서 배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순환파크 입주 기업 모집을 위해 주요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기업 계열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일부 기업과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 주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는 △성일하이텍 △새빗켐 △재영텍 △에코프로씨앤지 △포스코HY클린메탈(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화유코발트 JV) △아이에스티엠씨(아이에스동서 자회사) △세기리텍 등이 있다. 이들 대다수는 전처리 공정과 후처리 공정 설비를 모두 갖춘 '풀 리사이클' 기업이다. 성일하이텍과 새빗켐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상장 기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순환파크 입주 공모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름을 알만한 대기업 계열을 포함한 다수 기업과 접촉 중으로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 쓴 배터리 돈 된다" 서울시도 관심...업계 "정부·지자체발 사업 확대 기대"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주목받는 시장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최소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용량이 초기 대비 70~80%가량 떨어진다. 이는 주행거리 감소, 충전 속도 저하, 방전 같은 문제를 야기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앞으로 폐배터리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폐배터리 배출량은 2023년 2355개에서 2025년 8321개, 2030년에 10만7500개가 발생한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737억원(국내 기준)에서 2032년 4655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6%씩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규제 차원에서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중요하다. 일례로 작년 6월 유럽의회가 통과시킨 'EU 배터리법'은 2031년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16%, 리튬과 니켈은 각각 6% 이상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이에 지자체는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서울시다. 최근 서울시는 폐배터리 관리·재활용 산업 육성을 위한 학술 용역에 나섰다. 정책 마련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주요 연구 주제는 서울시 폐배터리 산업 육성 방안과 시의 역할, 시 여건에 맞는 폐배터리 활용 방안 등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산업 지원 움직임이 폐배터리 사업 확장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라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기회"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관련 정책이 보다 명확해지면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LG 밸류업 점검]국내 유일 자기주식 '제로' 지주사로 가는 길
- [2024 이사회 평가]아세아, 독립성 개선 숙제...이사 평가 부재 아쉬워
- [SK그룹 인사 풍향계]'신사업' 사활건 SKC, CEO·CFO가 자회사 직접 진두지휘
- 'K배터리 순환파크' 대구에 들어선다...재활용사업 마중물 기대
- [㈜LG 밸류업 점검]ROE 목표 하향 배경엔 '트럼프 재집권' 리스크
- SK 컨트롤타워에 'AI' DNA 심는다
- [1203 비상계엄 후폭풍]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사장단 소집…키워드는 '환율'
- [LG CNS IPO]구광모 지분 보유 유일 계열사, 지분가치 따져보니
- 산업부-석화업계 여수서 회동…'사업재편' 물밑 논의 시작
- '오너 공백·실적 부진' 태광산업, 공동대표 '돌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