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올드보이 찾는 메리츠증권, 정영채 전 대표 영입할까상임고문 역할 제안, 부동산PF 빈자리 돌파구 모색
이정완 기자공개 2024-12-23 11:33:04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7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투자은행(IB)업계 거물을 찾고 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난 ‘올드보이’를 영입해 정통IB 노하우를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사장)다.메리츠증권은 정 전 대표처럼 IB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상임고문 형태로 영입해 IB 육성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동안 고수익이 기대되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이나 구조화금융에 집중해왔으나 이제 꾸준히 수수료를 벌 수 있는 먹거리를 찾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 메리츠증권 상임고문 이동 가능성 대두
17일 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상임고문 역할을 제안했다. 정 전 대표도 이러한 제의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메리츠증권은)영입 제안을 받은 여러 증권사 중 하나"라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은 IB업계 거물로 통하는 인물이다. 올해 초 6년 임기를 마치고 NH투자증권 대표 자리를 떠났다. 대우증권 출신인 그는 2005년 당시 우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IB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ECM(주식자본시장)과 DCM(부채자본시장)을 가리지 않고 NH투자증권의 IB 비즈니스 성장을 주도했다.
2018년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에는 호실적을 이끌었다. 202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농협금융그룹에서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계열사 대표가 됐다.
IB업계에는 이미 정 전 대표를 향한 메리츠증권의 영입 소문이 퍼진 상황이다. 정 전 대표 외에 거론된 또 다른 이름도 있다. 바로 박성원 전 KB증권 부사장이다. KB증권의 커버리지 비즈니스 강화를 이끈 박 전 부사장도 영입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박 전 부사장은 제안 받은 내용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올해 ECM 주관실적 전무, IB 경쟁력 확보 시급
메리츠증권이 IB 올드보이를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동안 소홀했던 정통 IB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먼저 수익성을 책임지던 부동산PF 실적 감소 영향이 크다. 2022년 8281억원을 기록했던 메리츠증권의 연결 기준 순이익은 지난해 5900억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맞물린 탓에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비우호적 영업 환경에 대비해 충당금도 쌓아야 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545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따라서 IB 비즈니스 강화를 통해 꾸준히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 동안 메리츠증권 IB는 업계에서 늘 야성이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대형 증권사처럼 커버리지를 통해 관계를 이어나가기 보다 돈이 필요할 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하는 격이다. 지난해 초 롯데건설에 9000억원을 빌려준 사례나 올해 홈플러스 리파이낸싱에 1조3000억원을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때도 고려아연이 발행한 1조원 규모 사모채를 전액 인수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거액의 고금리 대출을 실행하면서 기업금융 실적을 키워왔지만 리그테이블 순위는 낮다. 선택과 집중으로 인한 결과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DCM 주관액은 2조6546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12위에 불과했다.
ECM 실적은 아예 없다. 올해 주관실적이 전무해 순위를 매길 수 없었다. 더벨 리그테이블 ECM 순위표에 이름을 올린 건 2020년이 마지막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IPO(기업공개) 당시 인수회사로 참여해 2425억원의 주관 실적을 가져간 것이 전부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는 전략 다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IB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익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빅딜에 집중하는 전략으로만은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드보이 영입 시도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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