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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첫 도전' 아티피오, 호크니 작품 내재가치 평가 '오류'비교대상 계산 실수, 1회차부터 '우여곡절'…정정신고 예정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18 14:01:28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13: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티피오가 처음으로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도전한 가운데 기초자산 평가 과정에 실수를 범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사업에서 핵심 키는 작품에 대한 가치평가다. 자산 가치평가는 향후 투자 수익률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해당 내용이 담긴 증권신고서의 자진정정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 내재가치 대비 높은 취득가…투자 설득력 떨어져

18일 미술업계에 따르면 아티피오는 1회차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위해 해외 경매가격을 토대로 작품 가치를 산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액수를 잘못 계산했다. 내재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한 것이다. 아티피오는 기초자산의 내재가치를 8억4600만원으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수치로 셈하면 그 절반 미만인 3억7000만원이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에서 기초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는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다. 통상 회사에서 기초자산의 내재가치를 1차적으로 평가하고 그 평가액과 비교해 작품의 취득가격이 적절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이후 외부 평가법인의 감정평가를 통해 가치산정을 검증받는다.

이때 발행사는 작품 취득가격이 충분히 내재가치를 밑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작품을 좋은 가격에 사왔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려면 최대한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내재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산 작품이라면 그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티피오는 이번에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수입관세를 포함 7억3000만원에 취득했다. 정작 회사가 선정한 비교대상을 토대로 제대로 평가한 내재가치는 3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보면 회사가 내재가치의 두 배 가격으로 작품을 비싸게 취득했다는 얘기가 된다.

기초자산의 가치평가는 증권 발행가액의 정당성을 보여준다. 아티피오는 취득가를 감안해 1호 증권 발행가액을 7억8000만원으로 잡았는데 실제 내재가치에 비해 과하게 높은 가격으로 증권을 발행하게 되는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초자산 선정에 대한 설득력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다.
아티피오가 기초자산으로 선정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작품. 가로로 긴 족자형태의 독특한 이미지로 눈길을 끈다.
◇ 필립스 경매 낙찰작 단위면적당 거래가격 계산 실수

문제는 아티피오가 거례사례로 삼은 작품들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잘못 추산하면서 발생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아티피오는 기초자산의 가치를 산정하기 위해 '거래사례 비교법'을 사용했다. 글로벌 미술품 경매 데이터 플랫폼 '아트넷'의 거래기록을 활용해 기초자산과 최대한 크기나 재질이 동일한 작품들의 가격 데이터를 분석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아이패드 작품들의 공개 경매시장 기록을 토대로 국내외 거래사례를 취합하는 방식이다.

아티피오는 크기와 도상이 비슷한 작품들로 최근 3년치 거래이력을 모은 뒤 크기 순으로 정렬하고 그 중 상위 2건을 최종 비교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2건은 모두 올해 6월 같은 날 크리스티 런던과 필립스 런던 경매의 낙찰작이다. 크리스티 낙찰작은 20만7236달러에, 필립스 낙찰작은 51만4170달러에 낙찰된 것으로 기록돼있다.

아티피오는 크리스티 낙찰작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17.12달러/㎠로, 필립스 낙찰작은 49.56달러/㎠로 계산했다. 하지만 실제로 필립스의 낙찰작은 아티피오가 참고한 크기보다 훨씬 규격이 큰 작품이다. 필립스런던의 경매 사이트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총 4장의 종이로 이뤄진 작품이다. 그 크기가 아티피오가 참고한 수치의 4배다.

아티피오 1호 투자계약증권 신고서의 일부. 자산 가치산정을 위해 최종 선정한 비교대상 두 건의 가격 분석이 나타나있다.
아티피오는 4장이 아닌 1장 크기를 기초로 단위면적당 가격을 계산했고 그 결과 거래가격이 실제보다 높아졌다. 그 후 비교대상인 두 작품 단위면적당 가격의 중간값(33.34달러)을 평균 가격으로 정의했다. 또 이 평균 수치에 기초자산의 면적을 대입해 내재가치 추정액을 8억4600만원이라고 계산했다.

정확하게 다시 계산해보면 필립스에서 낙찰된 작품의 단위면적당 가격(달러/㎠)은 49.56이 아닌 12.39란 계산이 나온다. 크리스티 낙찰작과 필립스 낙찰작품의 단위면적당 가격 평균은 14.76으로 계산되고 이 수치를 아티피오의 기초자산 크기로 환산하면 내재가치 추정액은 8억4600만원이 아닌 3억7000만원이 된다.

아티피오 관계자는 "기초자산의 특징상 시장에서의 거래량이 작고 희소하다보니 가치산정을 위해 비교할 만한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참고한 데이터 자체에 크기 표시 오류가 있었고 그대로 계산을 하면서 최종 가치 계산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시 제대로 된 비교대상을 찾아 신고서를 정정할 계획이며 매입가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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