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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ction Highlights]긴장감 속 마지막 경매…근대문학에 시장가치 매긴다<12월> 가치평가 이력 없는 안중근 사료·박경리 '토지' 육필원고 각 10억·5억으로 출품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16 11:37:11

[편집자주]

미술품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런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플레이어가 경매기업이다. 이들은 1차 시장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이 검증돼 유통성을 확보한 미술품을 2차 시장에 내놓는다. 자산으로서 미술품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 가치 산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한 투자 루트가 경매라는 말이다. 매달 경매가 이뤄질 정도로 규모가 커진 미술시장에서 어떤 작품에 주목해야 할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투자 포인트는 무엇일까. 미술품 경매 시장의 하이라이트를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엄사태 후 미술시장에 긴장감이 돈다. 서울옥션은 그 가운데 올해 마지막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시장은 대표적인 미술품 2차거래 시장이다. 매달 공개 경매를 통해 낙찰 결과가 공유된다. 경매시장은 가장 빠르게 시장 분위기가 파악되는 장소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서울옥션은 12월 경매에 근대 문학 작품들을 다수 출품했다. 시장의 평가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옥션은 오는 17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181회 미술품 경매를 진행한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총 137랏(Lot)이며, 낮은 추정가 기준 총액은 약 70억원이다. 12월 경매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근대문학 출품작들이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 직후 관련 자료도 출품됐다. 그동안 시장가치를 매기지 않았던 작품들인 만큼 경매 결과의 의미가 돋보인다.

서울옥션에서 국내에 처음 공개한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 일괄. 경매 시작가는 10억원.

◇ 환수 문화재 의미…안중근 사료 낙찰여부 관심

이번 경매에서 가장 핵심인 랏은 121번 랏으로 오른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 일괄이다. 서울옥션은 올 한해를 마감하며 안중근 의사를 재조명하는 귀한 사료로서 경매에 자료를 출품했다. 해당 랏은 총 세 개로 구성되며 안중근 의사 거사 당시 일본 영사관보였던 오노 모리에의 회고록, 안중근 의사 관련 인화사진, 관련 유리건판으로 구성됐다.

출품된 안중근 의사의 사료는 과거 일본경매에 나왔던 것을 국내 한 개인이 낙찰받아 환수해왔다. 한국인 소장가가 일본 경매에서 해당 사료를 구입했다는 사실이 지난 8월 국내에 알려졌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안중근 관련 자료 일괄은 그동안 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이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경매 시작가격은 10억원으로 내정됐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의 이 자료를 경매에 출품하기 전 내부적으로 가격대 책정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환수문화재이면서 국내에서 보존해야 할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인만큼 단순히 시장 수요만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었다는 게 서울옥션 측의 설명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분위기와 소화 가능한 가격대를 감안할 때 시작가 10억원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출품작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고려해 시작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출품과 관련해서는 의미있는 자료인만큼 뜻있는 소장가를 만나 기증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시각도 있다.

박경리의 육필 '토지' 원고. 총 5부 48권. 시작가 5억원

◇ 희소성 높은 문학작품 초기 출판본

고미술 섹션에 이례적으로 근대문학 출품작들을 모은 것도 눈길을 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영역의 작품을 소싱해 시장에 올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도다. 한국근대문학 섹션으로 윤동주, 정지용, 백석, 김소월 등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경매에 오른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추정가격 밴드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제시됐다. 이 책은 현재까지 한국현대문학 최고가라는 기록을 가진 1926년 회동서관 초반본이다. 좋은 상태로 남아있어 한용운의 얼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추정가가 1억8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제시됐다. 김소월이 펴낸 유일한 시집이며 1925년 매문사 초판본은 2011년 2월 25일 근대시기 출품된 문학작품들 중 최초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희소성이 높다.

백석의 '사슴'은 1936년 1월 출판된 백석의 유일 시집이다. 흰색 표지에 내지 본지 모두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백석이 자비로 선광인쇄를 통해 100부만 찍어내 자신의 문단 동료들에게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국내에는 7권 안팎만이 전한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집필된 박경리의 '토지' 육필 원고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5부로 구성돼 있으며 총 48권이다. 경매 시작가격은 5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안중근 의사 관련 사료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한번도 가격이 책정된 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서울옥션의 이번 경매에서 고미술, 근대문학 섹션을 제외하고 가장 가격이 높은 출품작은 조지콘도의 작품 'The Screaming Priest'다.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추정가가 제시됐다. 경매 시장에서 경합도가 특히 높은 작가인 이배 작가의 작품은 총 네 점이 출품된다. 이우환의 작품은 3점이 출품됐으며 그 중 가장 높은 가격대 작품은 3억원~5억원이다. 이중섭의 은지화 '아이들'이 6000만원~1억원으로 출품된다.

Lot. 37, 이중섭, 1916-1956 [아이들], incising and oil paint on metal foil on paper, 10×15.4cm, 6000만원-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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