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생크션 리스크]중국의 높은 규제장벽…뒤처지는 국내 게임사[총론]AAA급 시장에서도 중국게임 열풍, 여전히 판호에 목맨 한국게임
황선중 기자공개 2024-12-31 10:28:40
[편집자주]
국내 게임사에 중국 시장은 기회의 땅인 동시에 위기의 땅이다. 수억명의 소비자가 있는 중국에서 게임이 흥행하면 단숨에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판호'로 대표되는 깐깐한 규제가 언제든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불안 요소다. 더벨은 중국 진출을 도모하는 게임사가 겪을 수 있는 생크션(Sanction) 리스크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 전에는 우리나라 게임 개발력이 중국에 밀린다고 하면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는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더이상 자존심도 상해하지 않는 지경이다."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의 약진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의 게임 개발사 '게임사이언스'가 내놓은 PC·콘솔게임 <검은신화:오공>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다. 출시 한 달 만에 전세계 누적 판매량 2000만장을 돌파했을 정도다. 글로벌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최고 동시접속자는 240만명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그간 <검은신화:오공>을 바라보는 국내 게임업계 시선에는 회의감이 섞여 있었다. 중국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AAA급 게임(대규모 자본으로 개발한 최고 수준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게임사의 개발력이 아무리 높아졌다고 한들 독창성이 필수적인 AAA급 게임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검은신화:오공>은 상업성을 넘어 작품성까지 인정받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고 권위의 게임 시상식 '더게임어워드2024'에서 올해의게임상(GOTY) 후보작 6종에 이름을 올린 점이 상징적이다. 경쟁작 5종은 전통적인 게임 강국인 일본·북미 게임들이었다.
◇중국, 판호 제도로 외국 게임 규제
중국 게임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던 배경에는 외국 게임에 대한 고강도 규제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이라는 기관을 통해 중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에 대한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 게임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광전총국의 심의를 거쳐 허가(판호)를 받아야만 한다.
문제는 판호 발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자국 기업 보호 정책에 입각해 외국 게임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나아가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는 국가의 게임에 대해서는 아예 판호 발급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게임사도 2016년 발생한 '사드(THAAD) 사태'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실제로 중국이 2017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내리기 직전 3년(2014~2016년)간은 국산 게임 48종이 판호를 받아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7년 한한령 조치 직후 3년(2017~2019년)간에는 단 하나의 국산 게임도 판호를 받지 못했다. 광전총국은 2020년 들어서야 국산 게임에 대한 빗장을 점진적으로 열어주고 있다.
설령 판호를 받아도 규제의 덫은 끝나지 않는다. 중국은 2018년 게임 중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성년자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2019년에는 게임에서 유혈 장면부터 영어 제목, 종교·미신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하게끔 했다. 2023년에는 게임 이용자의 과도한 현금 지출을 막는 규제안도 발표했다.
◇자국 기업 보호 정책 아래 중국 게임사 급성장
외국 게임사가 중국의 규제장벽에 가로막힌 사이 중국 게임사는 자국 기업 보호 정책 하에 빠르게 성장했다. 몇몇 중국 게임사는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외국 게임을 무단 표절한 뒤 자국 시장에 선보이는 전략도 구사했다. 수억명의 게임 이용자가 있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먼저 장악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었다.
반대로 중국 게임사는 자유롭게 외국 시장에 진출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게임업계에서 중국 게임은 양산형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게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앱마켓(구글플레이스토어·애플앱스토어) 통합 매출 순위 1위(라스트워)와 3위(WOS)가 중국 게임이었다는 점이 방증한다.
또한 외국 게임사는 중국에서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현지 퍼블리셔(배급사)와 사실상 필수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외국 게임사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절반가량을 현지 게임사와 나눠야만 하는 것이다. 반면 중국 게임사는 외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현지 게임사와 나누지 않고 모두 가져갈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중국 게임 시장 전체 매출액은 3029억6400만위안(약 60조1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게임 시장 전체 매출액이 3000억위안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5년 전인 2019년(2308억7700만위안)에 비해 31.2% 증가했다. 게임 이용자 규모도 6억680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들의 강점이었던 모바일게임 시장과 약점이었던 AAA급 게임 시장 모두에서 중국 게임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의 최대 문제는 게임사가 자체적인 노력으로 규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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