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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자본, 영구채 러시]'자금난' 신세계건설의 이례적 발행구조 배경은⑨SPC가 영구채 찍어 다른 영구채 인수, 대출채권 유동화 염두

고진영 기자공개 2024-12-31 08:11:57

[편집자주]

신종자본증권 시장이 전례없이 붐비고 있다. 이론상 영원히 안 갚고 이자만 낼 수 있어 영구채라 불리지만 사실은 자본성이 최소화된 모순적 채권이다. 도입 후 십여년 동안 혼란과 의구심에 시달렸지만 올해 발행 규모가 6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자본 같은 빚' 영구채가 필요했던 기업들의 사정을 THE CFO가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4일 16:1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건설이 경영난에 빠진 것은 주택사업 확대 과정에서 생긴 균열 때문이다. 계열향 매출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건설 불황과 겹쳐 패착이 됐다. 결국 모회사 이마트의 도움 덕에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최근 발행하면서 급한 위기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조달 과정에서 영구채를 찍어 다른 영구채를 인수하는 독특한 구조를 짰다. 이번 영구채의 흔치 않은 조달 형태에서 신세계건설의 여유없는 사정이 엿보인다.

◇3년만의 변화, 순현금→부채비율 900%

신세계건설은 애초 백화점, 쇼핑몰 등 계열 수주가 기반이다 보니 사업운영이 안정적이던 곳이다. 그만큼 주택사업을 할 필요도 적었다. 그러다 2020년께 대규모 계열공사가 마무리되고 오프라인 점포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수주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돌파구가 필요해진 신세계건설은 주택브랜드 '빌리브(VILLIV)'를 런칭하고 주택사업 확대에 나선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있었던 대구지역을 요충지로 삼았다. 하지만 2022년 주택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락한 이후 대구 주상복합 프로젝트들은 분양 부진이 장기화됐다.

이 손실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됐고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9월 말까지 미분양 주택사업장과 관련해 인식한 예상손실은 1500억원에 이른다. 진행사업장 분양률은 66.6%(주택세대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또 신세계건설은 올해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차입금 중에서 구포항역 개발사업, 연신내 오피스텔 등의 PF 유동화 증권을 직접 매입하는 데도 적잖은 지출을 했다. 총 1300억원 규모다. 하반기엔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을 보증하고 있는 구리 갈매, 해운대 현장에서 733억원 규모의 미상환 채무를 인수해 대신 상환하기도 했다.


결국 2021년까지만 해도 순현금 상태였던 회사는 작년 말 별도 기준 순차입금이 2566억원으로 불었다. 부채비율은 200%대에서 976%로 급등했으며 이후로도 지출이 이어졌다. 모회사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지원에 나선 배경이다.


우선 이마트 완전자회사인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신세계건설이 올 1월 흡수합병하면서 686억원이 자본으로 잡혔다. 6월엔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레저 사업부문을 2078억원 받고 넘겼다. 또 신세계아이앤씨는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600억원어치 사모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지원 나선 이마트, 6500억 영구채 '이중 발행'

가장 큰 지원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이뤄졌다. 신세계건설은 원래 일정한 규모로 영구채 잔액을 유지해 왔다. 2015년 500억원어치 첫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뒤 2017년 500억원, 2019년 400억원, 2022년 300억원 규모를 찍어 계속 차환했다. 꾸준해도 금액이 크진 않았는데 올 5월엔 6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영구채로 마련하는 이례적 결정을 했다.

경영난에 몰린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마트 덕분이다. 이마트는 직접 특수목적법인(SPC) 4개를 세워 신세계건설이 찍은 영구채를 인수했다. 인수규모는 에스이엔씨피닉스제일차가 2000억원, 에스이엔씨피닉스제이차 1000억원, 에스이엔씨피닉스제삼차 3000억원, 에스이엔씨피닉스제사차가 500억원 등이다.

구체적으로 발행주관사(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들이 SPC에 인수자금을 대출해줬고 이마트가 영구채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SPC와 체결했다. 특이한 점은 이 SPC들이 스스로 인수한 신종자본증권 만큼의 신종자본증권을 다시 찍어내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데 있다.

에스이엔씨피닉스제일차 등 4개 SPC는 신세계건설이 영구채를 발행한 날과 같은 일자인 5월 29일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30000억원, 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찍었다. 동일한 3년의 콜옵션(조기상환청구건) 행시기한과 연 7.08% 금리 조건이다.

시장 관계자는 "영구채를 발행해 영구채를 인수하는 독특한 구조는 거의 보지 못했다"며 "아마 증권사들이 대출채권을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나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형태로 다시 구조화해서 셀다운(재판매)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비용이다. 신세계건설은 영구채로 자본을 채워넣은 덕분에 9월 말 부채비율이 144.7%로 줄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830%포인트 넘게 개선된 셈이다. 하지만 높은 금리에 따라 연간 460억원을 이자로 내야 한다. 3년째 영업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당이 쉽지 않은 금액이다.

신세계건설은 추후 스타필드 청라 등 채산성이 보장되는 계열 물량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민간 수주는 대폭 줄어든 반면 구월 트레이더스(848억원), 스타필드 청라(8398억원) 등 1조원 규모의 계열 수주를 새로 확보했다. 수주잔고에서 계열 비중의 경우 작년 말 9.5%에서 올 9월 말 42.4%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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