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토피아가 '세토피아빌딩'의 잔금 납입을 또 다시 연기했다. 유형자산을 양수하기로 결정한 이래 다섯 번째다. 내재된 불확실성이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토피아는 계속된 적자 탓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개선기간을 이행하고 있다. 유동비율이 100%를 하회하는 만큼 재무 리스크도 가중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토피아는 세토피아빌딩 잔금 250억원을 오는 2월 말 납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정된 납입 시점은 지난해 4월이다. 이후 납입 일정을 같은 해 5월과 7월, 9월, 12월로 미뤘다. 이번 정정공시까지 포함할 경우 총 다섯 차례 연기한 셈이다.

당초 세토피아는 '자산 증대'와 '임대수익 확보' 차원에서 2023년 11월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907-8 일원에 위치한 세토피아빌딩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토지 722.5㎡와 건물 2950.5㎡로 구성된 자산이다. 양수금액은 350억원으로 책정됐다. 감정평가액이 349억원이라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할증된 수준은 0.06%다.

세토피아를 이끌고 있는 서상철 대표가 매도인인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무난한 딜 클로징이 예견됐다. 계약금 25억원을 납입한 이래 제1·2·3차 중도금까지도 원할히 납부했다. 다만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세토피아가 예정돼 있던 잔금 납입일을 2~3개월씩 연기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세토피아가 감사인인 이촌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시점이다.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같은 달 23일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2025년 4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개선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받게 된다.

문제는 이촌회계법인이 의견을 거절한 사유 중 하나로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세토피아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74억원, 당기순손실 79억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누적된 당기순손실은 1154억원 상당의 결손금으로 이어졌다. 한때 500억원을 상회했던 자본총계도 2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유동성도 악화됐다. 같은 기간 세토피아의 유동비율은 88.5%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상회해야 채무 상환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7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세토피아는 2021년 191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이래 2022년 114억원, 2023년 51억원 등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토피아가 잔금 조달 방식을 바꾸게 된 배경이다. 에스에이코퍼레이션와 계약할 당시만 하더라도 세토피아는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게재된 정정공시에는 '현금 및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지급 형태를 변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한 51억원 규모의 제19회차 CB도 이미 발행된 상태다.

세토피아가 잔금 납일을 미뤄온 만큼 향후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세토피아와 에스에이코퍼레이션이 체결한 '부동산 매매 부속계약서'에는 지난해 9월부터 '매도인(에스에이코퍼레이션)이 제3자와 계약을 맺을 경우 이전의 과정을 종료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약사항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세토피아 관계자는 "현재 공시된 사안 외에 설명드릴 사안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