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경쟁률' VC협회장 선거…인기 급상승 '왜' 생태계 성장+대내외 위상 강화 영향…협회장 소속 하우스 AUM도 기여
이기정 기자공개 2025-01-07 08:23:04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6일 14: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 16대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에 4명의 VC 대표가 도전장을 던졌다. 그간 경쟁률은 최대 2대 1이었는데 인기가 급상승했다. 벤처투자 생태계가 커지면서 위상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추가적으로 AUM(운용규모) 키우기 등 하우스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지원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VC업계는 흥미진진하다는 반응이다. 지원자 모두가 업계를 대표할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최종적으로 누가 선정될지 경선 레이스에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지난 15대 경선에서 경쟁이 다소 과열된 적이 있는만큼 무엇보다 '페어 플레이' 정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6일 더벨의 취재를 종합하면 차기 협회장 접수 결과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김학균 퀀텀벤처스 대표 등 4명이 지원서를 냈다. VC협회는 오는 24일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서 최대 2명의 후보로 압축할 예정이다.
◇생태계 확장에 발언권 확대…'펀드레이징·네트워크' 도움
VC협회장 자리는 그동안 '무보수 명예직'으로 여겨졌다. 협회장을 역임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VC업계 시장 영향력 자체가 크지 않았다. 협회장은 비상근으로 근무하지만 협회 업무를 챙기다보면 하우스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다만 VC업계 위상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같은 인식에 변화가 생겨났다. 먼저 외형 자체가 커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6%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벤처투자 성장률 13%를 크게 웃도는 기록이다. 2023년 기준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9133억원으로 글로벌 시장 순위 5위에 해당한다.
펀드운용 성과도 눈여겨볼만 하다. 1995년부터 2023년까지 VC가 운용한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9%로 국고채(5년물 5%, 10년물 3.9%)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VC협회는 현재 이같은 성과를 근거로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 생태계 활성화의 필요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VC협회의 발언권이 커졌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VC협회는 지난 6월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한 VC 대표는 "부회장단이 협회장의 업무를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정도로 VC협회가 바빠지고 있다"며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VC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협회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솔직하게 협회장이 업계나 시장에서 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다만 이제는 어느정도 영향력을 갖추면서 업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VC협회장에 오르면 하우스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협회장을 배출한 하우스는 그동안 대규모 펀드레이징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실제 스틱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현재 신한벤처투자), 프리미어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가 협회장 재직 기간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다.
네트워크 확장과, 하우스의 인지도를 키우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 다른 VC의 대표는 "협회장이 소속된 하우스가 반드시 펀드레이징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다만 아무래도 비슷한 조건이라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회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형성되는 네트워크도 하우스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정부 관계자부터 향후 민간 출자자(LP)가 될 수 있는 산업계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경쟁 과열 우려 목소리…최소 4표 얻어야 '안정권'
업계에서는 회추위를 앞두고 지원자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협회장 선거가 과열된다면 업계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앞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던만큼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실제 제 15대 협회장 선거에서 잡음이 있었다. 당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김대영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대표 등 2명이 지원했는데 경쟁이 과열되면서 전임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중재에 나섰다. 이에 두 대표는 공동 사퇴하기로 합의했는데 윤 대표가 포기 의사를 철회하면서 VC협회장에 당선됐다.
VC업계 관계자는 "협회장 선거가 흥미로운 것은 맞지만 그만큼 걱정도 크다"며 "선거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된다면 외부에서 VC업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자와 함께 회추위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보자 면면을 살펴보면 하우스 규모가 소형부터 대형까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이들이 속한 하우스의 AUM(VC+PE)은 △우리벤처파트너스(1조2296억원) △LB인베스트먼트(1조1804억원) △캡스톤파트너스(4445억원) △퀀텀벤처스코리아(2929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후보마다 지원 동기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벤처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이미 대외 인지도가 충분하기에 협회장 감투 자체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우스의 경우 펀드레이징과 대외 영향력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지원자 대부분이 업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협회장에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익도 고려했겠지만 다들 업계 성장 과정을 함께했기에 봉사하고자 하는 큰 마음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서도 아직 어떤 후보가 유리할지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며 "각 후보의 색이 분명하고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는 회추의 추천과 이사회의 최종 후보 선정, 회원총회의 찬반 투표로 진행된다. 최종 후보 추천은 오는 24일 회추의 회의를 통해 진행된다. 이날 케이넷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아주IB투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SJ투자파트너스, 스틱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총 10곳이 회의에 참여한다.
만약 부회장사당 각각 1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최소 4표를 얻어야 안정적으로 이사회 경선까지 진출할 수 있다. 이에 앞으로 약 3주 동안 지원 하우스간 치열한 표심 확보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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