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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성장 전략 대전환 선포 1년]신사업 힘 싣는 오너십, 미래 준비 '장기전' 돌입⑥2022년 4대 키워드 발표 후 투자 추진, 사업 전략 수정 작업 개시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16 07:55:36

[편집자주]

2024년 1월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CEO의 메시지는 기업의 생존과 도약에 있어 결정적이다. 신 회장의 발언 이후 그룹 내부에 긴장감이 돌았고 작년 말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은 전략 실행에 불을 붙였다. 더벨은 신 회장의 메시지 이후 숨 가빴던 롯데그룹의 1년간의 행보를 분석하고 향후 전략 방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0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것은 결국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변화에 올라타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롯데그룹이 때아닌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진짜 위기는 미래 '캐시카우'가 부재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계열사를 팔고 사면서 포트폴리오를 고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이다.

롯데그룹은 약 2년간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었고 최근 전략을 일부 수정하면서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 호흡을 가지고 캐시카우 발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022년 대규모 투자 발표, 신사업에 15조 배정 후 집행

신동빈 롯데 회장은 경영 복귀 직후인 2018년 향후 5년간 5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유통, 화학, 관광, 서비스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쳐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목표였다. 이후 굵직한 발표가 또 있었다. 2022년 제2의 도약을 선포하면서 2030년까지 37조원 규모 투자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중 신사업에 배정된 규모가 약 15조원이다.

롯데그룹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 방향을 정했다. 롯데의 4대 신성장동력은 △바이오&웰니스(CDMO 사업) △모빌리티(전기차 충전 인프라) △지속가능성(2차전지 소재) △뉴라이프 플랫폼(메타버스)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성장을 통해 글로벌 톱10 그룹으로 도약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밑작업도 치열했다. BU(Business Unit)에서 HQ(Head quater) 체제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출자구조와 사업의 유사성을 고려해 식품·쇼핑·호텔·화학 사업군에 HQ 조직을 신설했다. 롯데지주와 HQ 조직 간의 경영 권한을 구분하고 전문화 하면서 지주사가 신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짰다.

롯데지주는 경쟁 우위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법인을 설립하고 기업 인수에도 적극나섰다.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면서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알렸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해 출범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바이오 캠퍼스 1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총 4조6000억원 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모빌리티와 뉴라이프 플랫폼은 롯데이노베이트가 담당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개발했고, 전기차 충전 플랫폼 '이브이시스(EVSIS)'를 통해 국내 전기차 충전소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인프라 전문 기업과 협력하여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소재 사업은 기업 인수 방식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롯데케미칼이 옛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다.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해외 시장 확대 시너지까지 노린 빅딜이었다. 캐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지만 차세대 소재 개발과 글로벌 거점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신유열 부사장 신사업 주도, 빠른 의사 결정 체계 구축

신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공을 들이는 것이 필수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융통성있게 전략을 짜는 것도 필요하다. 시장 변화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하는 것과 강력한 오너십이 필요할 경우가 많다. 롯데그룹의 신사업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이 맡고 있는 것도 궤를 같이 한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중간에 전략을 바꾸는 피벗(pivot·전환)작업이 필요한데, 오너가(家)가 주도권을 잡은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롯데그룹은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 전략을 수정하는 작업을 개시했다. 롯데헬스케어 법인을 청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본금 700억원을 출자받아 출범한 롯데헬스케어는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주사의 실탄 지원이 이어졌다. 2023년 9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출시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롯데지주는 헬스케어 시장 환경과 사업 방향성에 대해 검토한 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성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사업 방향을 시니어타운, 푸드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렌탈을 매각한 것도 큰 흐름에서는 피벗 전략이다. 2015년 KT렌탈을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렌터카 시장 점유율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 했으나 롯데그룹이 준비하는 모빌리티와의 결이 다르다. 전기차 충전, 자율 주행 등 기술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사업성을 고려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헬스케어 사업을 청산한 것은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시장 환경을 고려해 사업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며 "롯데렌탈 매각건도 그룹이 준비하는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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