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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그룹 100년의 유산]모태사업도 변화 대상, 제당에서 알룰로스로 진화 중⑥대체당 시장 개화 선제대응…제당에 전분당 기술 결합으로 개발 성공

윤종학 기자공개 2025-01-23 07:57:23

[편집자주]

1924년 설립된 삼양그룹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이다. 창립 초기에는 식품과 섬유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지만 현재는 식품과 화학, 의약바이오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01살이 된 삼양그룹은 각 부문의 스페셜티(고기능성) 사업을 키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삼양그룹의 지난 100년 역사를 통해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과정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의 개발 배경 및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07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모태사업인 식품사업도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삼양사는 설립 초기부터 제당사업에 집중해왔는데 최근 들어 대체당인 알룰로스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당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사 중 유일한 선택이다. 제당과 대체당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자기잠식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성장하고 있는 대체당 시장 진출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제당에 전분당 기술 결합, 알룰로스 자체 개발 성공

삼양그룹의 식품사업 계열사인 삼양사는 2016년 자체 기술로 알룰로스 생산에 성공했다. 2011년 연구를 개시한 지 6년만의 성과였다. 알룰로스는 천연 단당류로 설탕의 70% 단맛을 제공하지만 칼로리는 거의 0%에 수렴하는 대체당이다. 자연적으로 무화과, 건포도 등에 소량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대량 추출이 어렵다.

알룰로스 제조 과정. <이미지=삼양사>

삼양사가 알룰로스 자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오랜 기간 쌓아온 제당 기술과 전분당 기술이 꼽힌다. 설립된 삼양사는 초기부터 제당 사업에 집중하며 국내 최초의 민간 설탕 제조업체로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설탕은 주요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자급자족을 위한 설탕 제조 기술 도입이 필요했다.

삼양사는 사탕수수를 활용한 설탕 제조 기술을 도입하며 초기 제당 산업 기반을 구축했고 한국전쟁 이후 수입원당을 활용한 정제당 생산을 시작했다. 삼양사의 전분당 사업은 이보다 조금 늦은 1960년대에 진출하게 된다. 전분당은 주로 옥수수를 원료로 설탕의 대체제를 만드는 분야다.

2011년 삼양사는 식품연구소를 주축으로 알룰로스 연구를 시작했다. 핵심은 효소 개발에 있었다. 스페셜티 당을 생산하려면 균을 이용해 만든 효소연구가 필수였지만 당시까지 삼양사는 효소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삼양사는 2013년 경영진 회의에서 ‘효소독립 전략’을 세워 스페셜티 전분당 제품에 사용되는 효소를 직접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옥수수를 통해 얻는 전분에서 당을 추출할 때 효소를 이용하는데 대부분 시판 효소를 구매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업체 간 변별력이 크지 않았다.

특히 알룰로스의 경우 생산에 사용되는 효소 구입이 불가능해 효소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기로 했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대량생산 환경에 적용하는 과정도 거쳐야해 난관이 많았다. 앞서 제품화에 성공한 일본 마쯔다니, Tate & Lyle 등 기존 경쟁사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제조공정, 스펙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점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삼양사는 2016년 자체 기술로 식품에서 분리한 미생물에서 알룰로스를 생산할 수 있는 효소를 찾아내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업체들이 외부 효소개발 전문회사를 이용하여 제품을 개발한 반면 삼양사는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했다는데 차별점이 있었다. 특히 삼양사는 식품으로부터 분리한 미생물에서 발견한 효소를 이용해 알룰로스를 생산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 사례로 알려져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 기대…생산기지 확대 초석

삼양그룹이 식품 스페셜티 사업으로 알룰로스를 점찍은 데는 제당과 전분당 기술을 통한 대량생산 가능성에 더해 글로벌 공략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2000년대까지 이어진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한 식품 소재사업은 성장에 한계가 분명했기에 그동안 소재사업을 통해 축적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 당류저감과 건강 지향 트렌드, 경쟁사 간 치열한 경쟁으로 국내 범용 전분당 시장이 정체되고 수익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스페셜티 전분당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알룰로스는 대체당 중에서도 과당의 화학구조가 설탕과 유사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흔히 바디감이라고 표현되는 묵직한 단맛이 나고 가열하면 캐러멜화 반응이 일어나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는 고감미료 특유의 쓴맛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로도 쓰인다. 알룰로스는 다른 대체당과 달리 단맛은 설탕의 70% 수준으로 오히려 낮은 편이다.

2019년 미국 FDA가 알룰로스를 '일반적으로 안전한 감미료(GRAS)로 인정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알룰로스는 현재 한국, 미국, 일본,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식품 소재로 승인돼 사용되고 있다. 또한 규제가 강한 유럽에서도 허가 검토가 진행 중인 만큼 승인 이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 스페셜티 공장 외부 전경. <이미지=삼양사>

삼양사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응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20년부터 울산공장에서 알룰로스를 양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400억원을 투입해 스페셜티 공장을 준공해 알룰로스 생산량을 키웠다.

울산 남구에 위치한 신규 스페셜티 공장은 알룰로스 공장과 프리바이오틱스 공장 각 1개동씩 총 2개동으로 구성됐다. 알룰로스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기존 대비 4배 이상 커진 1만3000톤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설탕에서 벗어난 스페셜티 소재를 개발하려는 시도 중 효소기술과 제당 기술 등을 결합할 수 있는 알룰로스를 선택했다"며 "대체당 중에서도 초기 시장인 알룰로스의 글로벌 성장에 대비해 생산설비를 확충했으며 수출이 용이한 결정형 알룰로스 상용화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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