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빼고' MBK에 화해 제스처...반응은 '냉랭' MBK 경영 참여 인정, 대화 제의…MBK "순환출자 원상 복구가 우선"
이호준 기자공개 2025-01-24 17:22:17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16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에 대화를 제안하며 130일간 이어진 갈등을 끝내고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다.하지만 고려아연 측의 의도대로 협력을 기대하는 건 힘들다. 단순한 경영권 분쟁을 넘어 이제는 공정거래법 위반과 형사 고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이날 대화의 상대에서 영풍을 제외했다. 갈등의 근본 원인도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약 한 시간에 걸쳐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시작을 제안한다. 우리는 MBK파트너스를 적이 아닌 협력자로 받아들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며 "MBK파트너스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전날 오후 10시를 넘겨 폐회된 임시주주총회는 고려아연의 승리로 끝났다. 호주에서 제련업을 하는 손자회사 선메탈스코퍼레이션(SMC)가 영풍 지분을 매입하면서 영풍의 의결권 25.42%가 제한되자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제한 등 특별결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SMC 주식 처분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을 공정위에 요청하고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법적 갈등이 시작된 셈이다.
고려아연의 달라진 태도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대응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의 소송으로 최악의 경우 최윤범 회장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 등을 피하기 위해 MBK파트너스를 협력자로 받아들이고 일부 경영권을 양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합의점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자본시장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MBK 측도 "진정성 있는 대화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불법 임시 주주총회와 순환출자의 원상 복구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간 소통이 단절된 것이 이번 분쟁의 발단임을 고려하면 양측 간 실질적인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을 흔들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영풍과의 협력 가능성과 의결권 복귀 문제에 대해 "영풍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의결권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고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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