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전기차 생크션 리스크]보조금 중단 가시화에 움츠린 K배터리 투자실적 저하 전망에 CAPEX 하향 조정·기존 캐파 활용 극대화로 대응
정명섭 기자공개 2025-02-06 07:39:54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08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존 친환경차 지원책을 철회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올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세제혜택 축소와 보조금 지급 중단이 현지 전기차 수요를 크게 둔화할 수 있어서다.주요 기업들은 올해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고 기보유한 캐파(생산능력)의 운영을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IRA 지원책 축소 움직임 구체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과 동시에 50여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중 국내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행정명령은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이다.
이는 크게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 '그린 뉴딜 정책의 종료'로 구분된다. 공통점은 전임 정부가 도입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철회 및 축소다. IRA는 전기차 구매자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3D 크레딧)를 제공하고 자국 진출 전기차·배터리 기업에 생산 세액공제와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안을 담고 있다.
특히 그린 뉴딜 정책의 종료의 경우 IRA와 2021년 인프라법을 통해 할당된 자금 집행을 중단하고 모든 부처가 90일 이내에 자금 집행 중단 결과와 개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국가경제위원회(NEC)와 예산관리국(OMB)에 제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부처의 장들은 OMB와 협의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금만 집행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 내무부 수장에 선임된 더그 버검 장관은 취임 직후 IR와 인프라법에 근거한 모든 지출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같은 시기 미 하원 예산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은 IRA 등 세제혜택 철회로 향후 10년간 8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추산 결과를 내놓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는 IRA 법안을 폐기하지 않더라도 행정명령만으로 IRA상 세제혜택과 보조금 등의 지급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행정부 권한으로 관련 자금 집행이 지연·축소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국내 투자업계는 입을 모은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뉴욕사무소 소장은 "이번 행정명령의 즉각적인 영향은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IRA 자금 사용방식에 대한 프로세스 검토, 조정 요구, 자금집행 속도 조절, 집행 우선순위 변경 등의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K배터리 단기 수익 저하 유력...CAPEX 줄이고 기존 캐파 최대로 활용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와 생산,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라지면 현지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줄어들 것이 유력하다. 수익성 저하와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미국 세액공제 보조금 정책이 변경될 경우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차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수요의 하방 리스크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은 당분간 투자를 최소화하고 기존 캐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은 올해 전기차 수요를 보수적으로 보고 재고조정을 우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자본적지출(CAPEX)을 작년보다 20~30%가량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CAPEX가 약 13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9조~10조원 선에서 투자가 단행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CAPEX를 줄인 건 2020년 말 독립한 이후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이자 배터리 공동체인 LG화학도 올 1분기 배터리용 양극재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10% 줄어들 것으로 봤고 연간으로도 큰 폭의 물량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 또한 2026년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치를 20만톤에서 17만톤으로 줄였다.
삼성SDI도 보수적인 기조로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어 예년보다 CAPEX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생산라인 활용도를 높여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줄이고 일부 투자는 시기 조절하는 등 효율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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