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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Match up/롯데케미칼 vs 시노펙]롯데케미칼 이사회 전문성 결여 ‘아쉬운 이유’②中 에틸렌 덤핑공세에 '유연한 대응책' 부재…이사회 역할 강화론 제기

김현정 기자공개 2025-02-11 08:14:49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7일 13시46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정부 주도의 에틸렌 공급 과잉이 국내 석유화학업황의 거대한 외생변수로 자리한 가운데 롯데케미칼 이사회의 대처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려운 시기 대규모 자금지출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한편, 업황에 대처한 유연한 대응책을 내놓는 사례도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적합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석유화학업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있다는 평이다.

◇전관·법조계·회계·금융 출신 대부분…석유화학 전문성 취약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6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로는 신동빈·이훈기·이영준·황진구 대표이사 등 3명의 CEO와 성낙선 CFO(화학군HQ 재무혁신본부장)가 이름을 올렸다. 최고경영자와 사내 2인자로 꼽히는 CFO 등 핵심 경영진들이 나란히 입성했다.

사외이사들의 주요 경력을 들여다보면 롯데케미칼 핵심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석유화학업계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 롯데케미칼 사외이사의 역할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부분이 법조계 인사에 전관 출신도 많고 회계·금융 전문가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차경환 법률사무소 김·장 변호사,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조계 인사로 분류된다. 구체적으로 차경환 이사는 법무부와 검찰을 두루 겪은 관료출신 인사다. 법무부 인권국 국장과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냈다.

오윤 이사 역시 행시 출신에 국세청 사무관, 재정경제부 사무관·팀장을 역임한 바 있는 관료 출신 인사다.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조교수,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한국세법학회 회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로도 불리운다. 박지순 이사의 경우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노동법 및 노사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남혜정 이사는 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로서 재무·회계 전문가로 분류된다. 조운행 이사는 우리은행 부행장 및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를 거치며 금융 및 재무회계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축적한 인물이다.

이 가운데 손병혁 서울대 화학부 교수만이 화학 관련 전문성을 보유했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한국고분자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화학 관련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다만 기업경영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으로 아무래도 업황에 대응한 회사 경영 전략을 조언하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평이다.


◇뒤늦은 전략선회…이사회 역할 강화론 '제기'

이사회란 시장 동향과 위험관리 등을 논의하며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기능을 한다. 하지만 롯데케미칼 이사회엔 롯데케미칼의 주된 사업인 석유화학 및 첨단소재 전문가보다 전관 출신이나 법조계 출신 등이 주를 이루는 것을 알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년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의 에틸렌 과잉생산 및 저가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에틸렌 자급률 제고, 공급망 내재화를 앞세워 대규모 설비 증설에 나섰다. 최대 석유화학업체이자 에틸렌 최대 생산업체인 시노펙(Sinopec)을 비롯, 관련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업고 일제히 NCC 증설에 돌입했다. 현재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에틸렌 생산량 1위 기업인 롯데케미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케미칼은 전체 매출 중 에틸렌 부문이 65%에 이른다. 흑자를 내던 시기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의 덤핑 공세에도 불구하고 치킨게임에 정면 도전한 것이 결과론적으로 그룹 위기를 자초한 치명적 오판이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제서야 기존 주력사업인 기초화학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과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비중을 60%로 확대한다는 타개책을 내놓았지만 시기가 많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사회 내 경영진 견제기능이나 주요 전략 및 정책 결정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뒤따른다. 롯데케미칼이 발빠른 사업기회 포착과 대응을 위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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