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Match up/롯데케미칼 vs 시노펙]롯데케미칼은 투명경영, 시노펙은 안전경영 '눈길'③롯데케미칼 투명경영위, 10년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흔적
김현정 기자공개 2025-02-12 08:18:2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뛰어난 개인 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다. 기업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0일 15시5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제도는 이사회 기능의 실질적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이사회 권한 중 일부를 위임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주요 안건에 대해 해당 위원회가 집중 검토·처리토록 한다. 이에 따라 의무설치 외 별도로 설치한 소위원회를 살펴보면 각 기업의 역점 과제를 가늠할 수 있다.롯데케미칼의 경우 투명경영위원회를 따로 둔 점이 눈길을 끈다. 2015년 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통해 드러난 그룹 지배구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들에 설치한 상징적인 위원회다. 과거엔 순환출자구조 개선을, 지주사 전환 뒤엔 내부거래 관리를 주로 도맡으며 그룹 전체의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소위원회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최대 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은 지속가능개발위원회(Sustainable Development Committee)를 별도로 운영 중인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석유화학업 자체가 커다란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시노펙은 보건·안전·환경(HSE) 작업에 적잖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업계 녹색 발전을 주도한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여러 작업들을 해당 이사회 내 위원회에서 관리·감독한다.
◇롯데케미칼 투명경영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상징적 장치 중 하나
롯데케미칼은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등 총 5개 소위원회를 이사회 내 두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현행 상법상 별도기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은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자산총액 21조원인 롯데케미칼 역시 의무설치 중이다. 보상위원회는 임원 보상에 대한 심의·의결 역할을 한다.
타기업들에선 흔치 않은 이사회 내 위원회는 바로 투명경영위원회다. 사실상 내부거래위원회 역할이지만 명칭을 이렇게 지은 연유는 2015~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그룹은 2015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격렬한 경영권 다툼으로 베일에 쌓여있던 폐쇄적 지배구조가 드러났다. 일본롯데가 한국롯데를 지배해온 이상한 지배구조에 대해 국민적 반감이 급격히 확산됐고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동빈 시대’의 시작과 함께 신 회장은 이를 해결할 열쇠로 ‘투명 경영’을 내세웠다.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이른바 ‘황제경영’을 해왔던 신격호 전 총괄회장과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뜻이었다. 또한 그간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공고히 유지됐던 경영체제도 바꾸기로 했다.
이에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TF팀을 발족했다. 당시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들에 일제히 신설된 소위원회가 투명경영위원회였다. 그룹 맏형격인 롯데케미칼은 당초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있었는데 명칭을 투명경영위원회로 바꿨다. 그룹 전사적 특명을 안고 내린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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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투명경영위원회는 내부거래위원회였던 시절과 비교해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2014년과 2015년엔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던 데서 2016년 3회, 2017년 7회, 2018년 5회, 2019년 9회로 개최횟수가 늘어났다. 사내이사가 빠졌고 모두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했으며 2017년 롯데지주 출범을 전후해 롯데지주·롯데알미늄·롯데자산개발·롯데푸드 지분매각의 건, 롯데건설 지분매입의 건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안건을 투명경영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지배구조 새판짜기를 이룬 뒤 롯데케미칼 투명경영위원회는 계열사 출자 및 내부거래 심의·의결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엔 총 8차례 회의가 열렸다.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 유상증자 참여 △롯데알미늄 헝가리 법인 유상증자 참여 △롯데SK에너루트 유상증자 참여 △롯데GS화학 합작사업의 추진을 위한 유상증자 참여 △롯데GS화학 합작사업의 추진을 위한 유상증자 참여 등과 더불어 △롯데칠성음료와의 PET 판매 계약 체결 승인 △삼박엘에프티㈜에 대한 투자 승인 및 계약 체결 승인 △LOTTE Chemical Indonesia와의 PP 공정 촉매 공급 계약체결 승인 등을 다뤘다.
작년의 경우 4분기에 투명경영위원회의 회의가 집중 개최됐다. 2024년 10월, 11월, 12월에 총 3차례 열렸다. 특히 작년 연말 불거진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EOD) 이슈와 관련해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을 받은 것도 롯데케미칼 투명경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점이 눈길을 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이사회 내 의사결정의 전문성 강화 및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노펙 이사회 차원에서 관리되는 '환경안전' 문제
시노펙의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 현황은 어떨까. 시노펙은 전략위원회(Strategy Committee),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 보수 및 평가 위원회(the Remuneration and Appraisal Committee), 지명 위원회(Nomination Committee,) 지속가능개발위원회 등 5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2022년까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었던 만큼 NYSE 상장기업 필수 설치 위원회인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후보자)지명위원회를 두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시노펙은 2022년 미국 정부와 의회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해 회계 감사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불거진 갈등을 계기로 NYSE로부터 자진상폐 신청을 했다. 현재는 홍콩증권거래소에만 상장돼있다.
시노펙의 전략위원회는 회사의 장기 개발 전략과 중요한 투자 결정을 감독한다. 시노펙이 작년 10월 발표한 ‘고품질 개발과 관련한 10가지 성과(10 Significant Achievements of High-Quality Development’를 살펴보면 그간 시노펙이 추진한 사업들을 알 수 있다. 1억톤 규모의 석유 및 가스 구역 4곳 신설, ‘방향족 탄화수소’ 기술 솔루션 마련, 중국 최초의 상업 개발 계일가스 프로젝트 주도, 지열 에너지 공급, 세계적 수준의 에틸렌 기지 설립 등 일련의 성장 전략들은 시노펙의 전략위원회 승인을 거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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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지속가능개발위원회 또한 눈여겨볼 만 하다. 이는 시노펙의 지속 가능한 개발 전략 및 계획의 실행 및 진행 상황을 감독하는 곳이다. 특히 기후 변화, 건강 및 안전, 기업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회사의 노력과 성과를 감독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 비춰본다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 많은 기업들에 설치된 안전보건위원회 등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인다.
시노펙은 보건·안전·환경(HSE) 작업에 많은 관심 및 예산을 투입하는 곳이다. 석유탐사와 개발, 석유공학, 정제 및 화학공업을 중점적으로 영위하는 기업으로 사업 자체가 워낙 엄청난 규모의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최근 수년간 중국 안팎으로 환경보호 및 사회 발전 사이 조화를 이루겠다는 구호를 내걸어왔다.
중국 최대 규모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시설 설치 및 가동으로 탄소중립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업계 녹색 발전을 리드하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조치도 시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지속가능개발위원회는 시노펙의 지속가능성보고서 및 환경보험 핵심 목표 완료 보고서, 부패방지 준수 작업 보고서 등을 승인한다. 2023년엔 보건·안전·환경(HSE) 작업 완료 보고서가 승인됐다. 시노펙은 국제적 관행에 발맞춘 작업자들의 건강 및 안전관리 시스템, ‘HSE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최종 보고 대상은 역시 지속가능개발위원회였다. 이 밖에 2023년 웨양 지역의 정유 및 석유화학 통합 개혁 계획과 관련한 제안도 해당 위원회에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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