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태광 vs 성광벤드]똑 닮은 이사회…사내이사 전원 대주주 '가족 경영'⑤단일 사외이사 등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창업주 회장-2세 경영인 주축
김소라 기자공개 2025-02-24 08:05:32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5시3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플랜트 기자재 생산 업체 '태광'과 '성광벤드'가 닮은 꼴 이사회를 유지 중이다. 한정적인 인원과 구성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나가는 형태를 띈다. 지배주주 일가가 주축이 돼 주요 안건을 결정하고 법률 상 규정하는 최소 외부 인원을 배치해 둔 식이다.아직 대규모 기업 집단 등에 적용되는 지배구조 규정을 필수로 반영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폐쇄적인 경영 의사 결정이 장기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포인트로 꼽힌다. 당국에서도 국내 기업의 가치 제고 저해 요인 중 하나로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 형태를 지적하고 있다. 다만 당장 양사 모두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진 않고 있다.
태광과 성광벤드는 유사한 의사 결정 조직을 갖추고 있다. 동일하게 4인으로 구성된 이사들이 주축이 돼 경영 방향성을 결정해 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3명은 사내이사로 핵심 경영진이 포진해 있다. 사외이사는 각자 마찬가지로 단일 인물로만 구성됐다.
◇태광, 회장-두 아들 포진한 이사회…연 5차례 개최 그쳐
표면적으로 이들 법인 운영 형태는 '가족 경영' 구조를 띈다.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인 사내이사가 모두 친족으로 이뤄진 까닭이다. 회장과 그의 아들인 후대 경영인이 함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그림이다. 친인척 관계가 아닌 임원들은 모두 미등기 상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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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배구조는 장기간 이어져 왔다. 성광벤드의 경우 창업주 안갑원 회장과 자녀인 안재일 대표 중심의 이사회 구성이 일찍부터 자리잡았다. 2000년대 초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이러한 체제는 계속해서 유지됐다. 안 회장의 동생이자 안 대표의 작은아버지인 안영본 전 이사 자리엔 현재 사촌 관계인 안태일 전무가 자리하고 있다.
이사회 주요 안건 등을 결정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 직도 자연스레 지배주주가 도맡고 있다. 성광벤드는 창업주 2세 안재일 대표, 태광은 윤성덕 회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있다. 다만 태광의 경우 이사회 운영 활기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2023년 온기 기준 총 5차례 이사회 개최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당해 3월 정기 주주 총회 소집 건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이후 같은 해 12월 결산 배당 건으로 이사회를 여는 식의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태광의 경영 주요 의사 결정이 이사회 밖에서도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인 까닭이다. 현재 태광 이사회는 윤성덕 회장과 그의 두 아들인 윤원식, 윤준식 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의장인 윤 회장이 경영 전반 안건과 추진 사항 등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단일 사외이사인 맹진욱 이사는 이따금 이사회에 불참키도 하며 경영 감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다.
◇성광벤드, 이사회 활성도 높지만…감시 기능 강화 논의 미미
참여도 면에선 성광벤드가 비교적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하게 2023년 온기 기준 성광벤드는 총 15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다. 자금 조달과 지분 인수 건 등 여러 경영 사항을 이사회에서 두루 다뤘다. 김재호 사외이사를 비롯해 경영진 전원이 100% 참석하며 성실도도 높게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이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같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이 논의, 의결되기도 했다.
태광은 향후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을 높이는 등 개선 작업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배당 정책 면에서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배당 예측 가능성을 선제 제공하고 실시 계획을 매년 1회 정기적으로 통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기존 67% 수준의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을 지난해 기준 80%대까지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의 이사회 측면 논의는 현재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광벤드도 당장 자체적인 이사회 개선 논의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등 외부 전문가 보충과 관련한 이슈는 아직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기업 규정 준수 의무가 현재 없다 보니 최소한의 사외이사 선임 요건만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전체 인원의 25%를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는 규정이다.
성광벤드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나 당국 등에서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 관련 요구가 있다면 준수 의향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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