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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 오션 지분 외부 조달 없이 산 것 맞나 3분기 말 별도 현금 1000억 불과, 자금 유출만 2조…자체 충당 가능했나

박기수 기자공개 2025-02-26 08:27:37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4시4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외부 조달이 필요 없다고 밝혔으나 실제 재무상태와 현금흐름을 보면 회사의 발언에 의문이 제기된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이 약 1000억원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10일 공시를 통해 한화임팩트파트너스(Hanwha Impact Partners Inc), 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코퍼레이션싱가포르(Hanwha Energy Corporation Singapore Pte. Ltd.)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2237만5216주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다음 날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 취득에 추가 조달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보유 현금과 영업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인수대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의 설명과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작년 3분기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420억원이다. 여기에 동반성장 예탁금과 저축성 보험 등 유동성 기타금융자산 557억원을 합하면 977억원에 그친다. 3분기 말 기준 1000억원 미만의 현금밖에 보유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3분기 말 이후 한화오션 외 기타 계열사로의 출자도 있었다. 작년 10월 31일에는 한화퓨처프루프(Hanwha Futureproof)가 시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6557억원을 수혈했다. 두 달 뒤인 12월 10일에는 한화에비에이션에 432억원을 납입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싱가포르 다이나맥을 인수한 한화오션SG홀딩스(Hanwha Ocean SG Holdings)에 빌려줬던 대여금을 회수하고 6321억원을 출자했다.

이달 한화오션 인수 자금 1조3000억원을 합하면 3분기 말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소요된 자금만 2조6310억원에 이른다. 한화오션SG홀딩스로부터 회수한 대여금을 제외해도 1조9948억원의 자금이 소요됐다. 한화오션 지분 인수 대금을 제외해도 약 7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됐다.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흐름 상황이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밀려드는 수주에 손익계산서 상 성적표는 훌륭했으나 운전자본 부담으로 현금흐름 자체는 경색돼 있었다. 실제 작년 3분기 누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1231억원이다. 여기에 자본적지출(CAPEX)도 1952억원 지출돼 잉여현금흐름은 -1조3000억원을 초과했다.

물론 작년 4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이 매우 우수하기는 했다. 작년 4분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결 매출과 순이익으로 각각 4조8311억원, 2조52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 역시 외부 조달 없이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근거로 쓰이기에는 논리가 빈약하다.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이 현금흐름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3분기 누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순이익은 4809억원이었으나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1229억원이었다. 4분기 호실적으로 현금이 대량 유입됐다 하더라도 매입채무를 끄거나 차입금 상환 혹은 운영자금 등 현금이 들어갈 곳은 많다. 또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밀려드는 수주에 원재료 등 재고자산이 쌓이는 시점이기에 잉여현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작년 4분기 2조원대 순이익은 현금 유입이 없는 장부상 이익일 가능성이 크다. 한화오션이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변화하면서 손익계산서 상 관계기업 처분이익이 대량으로 잡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계기업 처분이익은 현금 유입이 없는 장부 상 이익이다.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금융권 차입을 통해 한화오션 지분 매입 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3분기 말 이후 별도의 자산 매각 등도 없었다.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업 규모가 커지고 잉여현금흐름이 적자가 나면서 금융권 차입금이 늘어나고 있었다. 작년 3분기 말 별도 순차입금은 4조7713억원으로 2023년 말 2조1567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

알려지지 않은 대규모 공급계약으로 선수금을 받았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다만 이 역시 문제 소지가 있다. 제품 제조 혹은 재무구조 개선 등 주주일반의 이해관계에 어긋나지 않는 기업 활동 대신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에서다. 지분 매입 전에도 한화그룹은 일정 수준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지분 매입이 지배력 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방산 수주 대응을 위해 작년 3분기까지 운전자본이 증가하면서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으나, 4분기에 9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과 함께 대규모 영업 수금이 됐다"면서 "그 결과 지분 취득 소요 금액을 넘는 현금을 확보해 작년 말 기준에는 양호한 현금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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