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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각축전, 동고동락 그리고 각자도생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5-02-26 07:59:46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0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레이징은 각축전, 투자는 동고동락, 회수 전략은 각자도생이다." 국내 대형 벤처캐피탈 대표가 VC 생태계를 한자성어에 빗대 한 말이다. VC 생태계는 펀딩(funding), 투자(investment), 회수(exit) 사이클을 반복하며 성장한다.

펀딩은 VC가 LP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이다. VC는 한국벤처투자, 연기금, 공제회 등에서 진행하는 출자사업에서 GP 타이틀을 획득하거나 펀드 매칭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쟁한다. 자금을 원하는 VC는 갈수록 느는데 LP 재원은 한정적이다. 출자사업 콘테스트는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음을 삼켜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투자 과정에선 클럽딜이 곧잘 활용된다. 클럽딜은 여러 투자자가 하나의 스타트업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VC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 투자가 성공할 경우 과실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실패할 경우 부담해야 할 리스크는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투자는 함께 했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회수 전략은 달라진다. 투자에 활용한 펀드의 성격 및 만기 일정 등에 따라 회수 시점이나 엑시트 조건에 관한 의견이 갈린다. 일부 투자자는 단기적인 수익을, 다른 투자자는 장기적인 성장을 선호할 수 있다. 저마다 최상의 회수전략을 찾아야 한다.

최근 벤처 생태계는 펀딩, 회수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약정한 최소 자금을 모집하지 못해 GP 자격을 반납한 사례가 여러 차례 나왔다는게 이를 방증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책금융 출자규모는 11.3% 증가한 반면 민간부문은 25% 감소했다. 연기금 및 공제회, 금융기관이 출자 규모를 줄인게 뼈아팠다.

회수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에서 VC의 엑시트는 M&A(인수합병)가 주류인 해외와 달리 IPO(기업공개)에 치중돼 있다. 특례상장 요건 강화, 증시 부진, IPO 시장 위축 등의 환경 변화는 엑시트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 VC가 예상한 수익 실현이 지연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컨더리펀드가 결성되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한가지 위안거리는 펀딩 환경이 척박해지고 회수가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벤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11.9조원으로,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대비 47.5% 늘고 2021년 이후 지속되던 감소 추세에서 벗어났다.

지난 한해 벤처업계를 한자성어로 환기해 정리하자면 ‘펀딩 각축전은 더욱 치열해졌고, 각자도생 회수의 길도 한층 험난해졌지만 VC들이 힘을 합쳐 투자 활동에 전념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다만 펀딩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가 계속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할 순 없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가 바닥을 보이기 전에 곳간을 채워야 한다. LP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면 회수 활동을 통해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한다.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단 의미다.

문제는 금리와 환율 등 외생변수뿐만 아니라 정치 및 국제 정세 이슈까지 더해져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더벨이 최근 진행한 2025 로드맵 릴레이 인터뷰에 응한 VC 및 AC 대표들은 풍전등화 상황 속에서도 권토중래 정신과 우공이산의 자세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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