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배당 10년]삼성전자, 연배당액 10년간 3배로…정책 변화 배경은②보유현금 중요해지면서 배당 축소…엘리엇 공세로 다시 확대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06 08:07:33
[편집자주]
배당은 투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장 기본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자 신뢰 구축의 수단이다. 또 배당정책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성장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로도 기능한다. 단순한 이익분배를 넘어 잉여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 주주와 경영진간 이해관계 일치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 10년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내역과 추이 변화를 되짚고 그 재무적 배경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8시3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금 30억원을 들고 상장한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기업으로 컸다. 그동안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으며 재원조달 전략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급변한다. 이 시기 배당정책이 소극적으로 꺾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하지만 엘리엇이 감행한 맹공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배당정책은 다시 확대 기조로 바뀌었다. 매년 10조원에 이르는 돈을 풀고 있는데 업황은 따라주지 못해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
◇부채→내부자금 위주로 재무정책 변화, 배당성향↓
THE CFO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총 92조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별도법인의 지급일 기준으로 셈한 금액이며, 이 기간 코스피 전체 배당액의 3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2017~2018년께부터 배당액이 크게 뛰었다. 연간 최소 9조원대 현금을 꾸준히 분배 중이고 최근 5년간 배당한 규모만 6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도 분기배당을 포함해 총 9조8000억원이 빠져나갔다. 2015년 배당총액이 3조원 수준이었는데 세 배 넘게 점프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1975년 6월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래 배당을 지급하지 않은 해는 1980년 뿐이다. 2차 오일쇼크 여파와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국내 경기가 얼어붙었던 시기인데, 삼성전자 역시 기업공개 이후 첫 당기순손실을 보면서 배당을 중지했다. 이 때를 제외하곤 매년 배당이 꾸준했ek.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배당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다. 외환위기 전, 1975년에서 1996년까지 삼성전자는 주당 500원에서 1250원 정도를 안정적으로 배당했다. 순이익 규모보다는 액면배당률 등을 주로 고려해 배당규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배당액 증감폭이 작았지만 당연히 배당성향 변동폭은 컸다. 20%대에서 70%대까지 오르내렸으며 이 기간 연평균 배당성향은 42% 수준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의 배당정책은 주당순이익(EPS)에 따라 변화를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일정한 배당성향 유지를 중시하게 됐단 뜻이다. 이런 전략 선회는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재무정책 변경과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스피드 경영, 선제적 투자 전략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초기엔 외부차입이 일차적인 자금조달 수단이었고 자체 유보이익 등 내부금융의 역할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에 1988년 합병된 삼성반도체통신은 실탄 조달을 위해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유로달러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삼성전자는 자금조달 정책을 내부자금 위주로 전환했다. 당시 대출을 여러 차례 거절당하는 충격을 겪은 탓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십년째 외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 따라서 보유현금 관리가 중요해졌으며 배당에 있어서도 순이익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됐다.
실제로 1997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의 연평균 배당성향은 12% 수준으로 계산된다. 외환위기 전과 비교해 30%포인트나 떨어진 수치인 만큼 저배당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다 위축됐던 배당정책이 또 한번 급변하는데,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공격 때문이다.
◇매년 9.8조 배당 지속…보유현금은 '빠듯'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전자 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30조원 특별배당, 배당성향 상향 등을 압박했다. 공세가 격화해 합병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자 삼성전자는 외면할 수 없었다. 요구를 일부 수용해 배당을 확대, 2017년 1분기부터 분기 배당까지 도입했다. 이후 배당금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방안의 발표에 나선다. 2016~2017년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쓰고 연간 배당액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2017년 10월엔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예측가능성 제고’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2017년 총 배당액 20% 상향 △2018년 100% 상향 △2019~2020년은 같은 규모 배당을 약속했다.
또 2021년~2023년 3개년 정책에선 정규 배당액을 9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3년간 총 잉여현금의 50%를 나누겠다는 주주환원책도 2018년부터 유지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보다도 배당 안정성은 높아졌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현금사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2024년 말 기준 별도 현금성자산이 단기금융자산을 합쳐 12조원 수준에 그친다. 2013년 이후 30조원 안팎의 현금을 본사에 일정하게 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참 빠듯하다. 2021년 특별배당으로 20조원을 풀면서 현금이 대폭 깎인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사정과 별개로 삼성전자는 올해도 2024년 결산배당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보통주 1주당 363원, 총 2조4543억원 배당을 발표했다.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액을 2026년까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올해 안에 10조원어치 자사주 매입과 소각계획을 선언했으니 대규모 현금 소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3조원에 대한 매입을 마쳤고 7조원이 남아 있다.
회사 측은 “경영 현황이 쉽지 않지만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사업특성상 사이클에 따른 변동성이 분명 있으나 지금의 이슈 또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의 기회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인터배터리 2025]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석유화학 업종 최저점 지나는 중"
- [Company Watch]'3상 성공' 카티라이프, MACI 보다 높은 점수
- [인터배터리 2025]'클린룸 전문' 신성이엔지, 신규 장비군 공개
- [i-point]시큐센 "크리덴셜 스터핑 공격, '다이나패스'로 걱정 끝"
- FSN, 'Shared Growth Company' 슬로건 공개
- [인터배터리 2025]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외이사 의장' 대동한 배경은
- 인도 향한 무뇨스 현대차 사장, 제조·수출 '허브국' 낙점
- 동성케미컬, 안정적 실적 불구 여전한 저평가...'밸류업' 계획은
- '악재 겹친' 금양, 적자폭 대거 확대
- [HMM 밸류업 점검]HMM, 10년간 지속된 '저PBR' 탈출구는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상장사 배당 10년]삼성전자, 연배당액 10년간 3배로…정책 변화 배경은
- [상장사 배당 10년]10년간 255조 풀었다…삼성전자가 '35%' 지탱
- [CFO는 지금]현금흐름 안정된 LX하우시스, 박장수 전무 '미션 순항'
- [CFOs View]'AI주권'과 네카오
- [재무전략 분석]SKTI 품은 SK온, '5만5000원의 늪' 탈출할까
- [CFOs View]'트럼프 2기'의 배터리3사, 불확실성에 신중 모드
- 이상한 나라의 네이버
- [재무전략 분석]상장 임박한 SK온, 블루오벌 '9조' 감자의 사정
-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3세 승계의 축' 한화에너지, 현금흐름은 널뛰기
- [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한화오션, 1년간 차입규모 2배로…부활 '전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