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확충 돋보기]메리츠화재, 유연한 전략으로 환경변화 선제 대비④일정한 기조 없이 상황에 맞춰 자체 상환·차환·확충 조절
강용규 기자공개 2025-03-19 12:34:22
[편집자주]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회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화 역시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익 창출능력만으로는 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이다. 보험사별 자본확충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별 자본관리 전략의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5시4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해상보험(메리츠화재)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지녔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확충에 미온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자본확충을 적정성 관리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해 온 편에 속한다.최근 몇 년 동안 메리츠화재의 자본성 증권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기존 발행분을 그대로 차환하기보다는 자본적정성 관리 현황에 따라 자체 상환과 차환을 혼합해 대응하는 경향이 드러난다. 최근 들어서는 상환 금액 이상의 신규 발행을 통해 차환 동시에 적정성 제고를 동시에 고려하며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킥스비율 250% 가까운데…차환 웃도는 자본확충 이유 '선제 대비'
메리츠화재는 앞서 2월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 2020년 2월 발행한 15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콜옵션(조기상환권)에 대응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조달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말 잠정치 기준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이 247.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삼성·현대·DB·KB·메리츠 등 국내 5대 손보사 중 삼성화재의 26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은 150%는 물론이고 우량 보험사의 기준으로 통용되는 200%와도 격차가 크다.
메리츠화재 측에서는 지금의 안정적 자본관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비가 중요하다는 태도다. 금리가 하락기로 완연히 접어들면서 부채 대비 자산의 만기가 짧은 보험사들의 자본 규모 유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가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강력해지는 점도 보험사 자본 관리에는 긍정적이지 못한 요인이다. 보험부채의 할인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부채 평가액이 증가하게 되고 그 반대급부로 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 역시 "향후 예정돼 있는 할인율 변경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는 2020년 11월에도 105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으며 올 11월에 콜옵션 만기가 돌아온다. 올 초 공시를 통해 2025년도 자본성 증권의 발행한도를 후순위채 5000억원으로 예고한 만큼 남은 2000억원의 한도를 활용해 또 한 차례 차환과 동시에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유연한 조달전략,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킥스비율 상승한 기반
메리츠화재가 항상 기존 발행 자본성 증권의 상환 시기를 자본확충의 기회로 활용해 온 것은 아니다. 2022년의 경우 메리츠화재는 2017년 발행분이 없어 상환 부담이 없음에도 신종자본증권 2건, 후순위채 2건을 등 4건의 발행을 통해 총 5660억원을 조달했다.
2023년 보험업계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회계기준이 도입되고 이에 맞춰 지급여력제도 역시 원가평가 기반의 RBC에서 시가평가 기반의 킥스로 전환되는 등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메리츠화재는 이 변화에 따른 회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1년 먼저 적극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둔 것이다.
기존 발행 자본성 증권의 일부만을 차환하고 나머지는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사례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4월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2019년 4월 발행한 25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일부 차환을 위한 것이었다.
여러 사례에서 나타나듯 메리츠화재는 일정한 기조대로 자본을 확충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유연성이 특히 지난해 빛났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8월 65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2019년 11월 발행한 25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대한 차환과 동시에 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한 것이다. 이 발행을 위해 메리츠화재는 연초 5000억원으로 공시한 자본성 증권 발행한도를 1조원으로 수정하는 과정까지 거쳤다.
지난해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과 관련해 더욱 엄격한 가정 모형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는 자본 감소에 따른 보험사 자본적정성 악화를 예상했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5대 손보사 중 유일하게 2024년 말 기준 킥스비율 잠정치가 2023년 말 대비 상승하면서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해 둔 효과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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