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자본확충 돋보기]현대해상, 제도 변경 후폭풍...3개월만에 또 후순위채⑤계리적 가정 변경·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자본 위축…연말 지급여력비율 급락
강용규 기자공개 2025-03-20 12:37:03
[편집자주]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회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화 역시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익 창출능력만으로는 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이다. 보험사별 자본확충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별 자본관리 전략의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5시4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해상)이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한다. 직전 발행으로부터 단 3개월만이다. 보험사 자본적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환경 변화가 잇따르면서 현대해상의 자본확충 주기는 과거 대비 눈에 띄게 짧아져 있다.최근에는 금리 등 외부 지표의 불확실성과 함께 계리적 가정 변경과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 등 제도적 변경의 영향이 특히 크게 작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환경 급격한 악화…작년 말 1조3000억 이어 3000억 더 조달
18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27일을 납입일로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20일 실시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8000억원까지 증액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2024년 말 잠정치 기준 157%로 집계됐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12조4030억원,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7조9000억원이다. 4000억원의 가용자본 확충에 성공하면 지급여력비율은 162.1%까지 5.1%p(포인트) 높아진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총 3차례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1조8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이 중 2차례의 발행이 11월과 12월, 즉 연말에 몰려 있었으며 2건의 합산금액은 1조3000억원이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1조원이 넘는 자본을 외부에서 조달한 뒤 3개월만에 다시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이다.
과거 현대해상은 이처럼 자본성 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보험사가 아니었다. 최근 10년(2015~2024년)의 사례를 살펴보면 2015년 2건, 2017년 2건, 2018년 2건, 2021년 1건씩 각각 자본성 증권을 발행했으며 연간 발행금액은 5000억원을 넘지 않았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역대 최고기록인 1조30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3차례의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창출한 이익보다 더 큰 규모의 자본을 조달했으며 올들어서도 1분기부터 자본확충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급격하게 무거워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사례들 중 하나라고 바라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기에 접어들고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모형 변경 등 제도 변경까지 겹쳐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현대해상도 이와 같은 양상"이라고 말했다.

◇계리적 가정 변경에 CSM 1조 감소…외부지표 불확실성도 여전
지난해 현대해상의 지급여력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1~3분기에는 165~170%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 들어 잠정치 기준 157%까지 수치가 하락했다. 1조3000억원의 자본확충이 없었다면 현대해상의 4분기 말 지급여력비율은 140.5%로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하회했을 것이다. 지난해 현대해상의 자본확충 수요는 연말에 가장 강력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모형의 변경 등 지난해 연말 결산부터 반영된 계리적 가정 변경을 현대해상 자본확충 수요의 핵심으로 추정한다.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인한 보험계약마진(CSM)의 감소와 부채 평가액 증대에 따른 자본 축소로 인해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CSM은 보험부채 중 향후 상각을 통해 이익으로 전환되는 부분으로 시가평가 차액이 보험사 가용자본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조정준비금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지난해 현대해상의 CSM 잔액은 연초(2023년 말) 9조790억원에서 연말 8조2480억원으로 8310억원(9.2%)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1~3분기까지 CSM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다 4분기 들어 연간 감소액보다 큰 1조730억원이 단번에 줄어들었다. 4분기 중 경험조정 등 회계인식 관련 이슈로 인한 감소분만 무려 1조436억원에 이르렀다.
금리와 환율 등 외부 지표의 불확실성 역시 단기간에 대폭 증대돼 있다. 현대해상의 요구자본은 2024년 3분기 7조685억원에서 4분기 잠정치 기준 7조9000억원까지 8315억원 증가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시장위험액의 증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 변경의 여파까지 지속되는 만큼 현대해상도 자본성 증권 발행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하락중인데다 올들어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도 지난해보다 더 강력해질 예정"이라며 "이에 선제적으로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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