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5일 08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어공부를 하는 아이에 영어 이름을 지어주듯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의약품에도 '작명 센스'가 필요하다. 소비자에 쉽게 기억되도록 간결하면서도 제품의 특성을 함축적으로 담아야 한다. 소비자와 접점이 많은 일반의약품에서 이같은 전략은 두드러진다.반면 전문의약품은 일반의약품과 달리 브랜딩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특히 동일 적응증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혁신신약은 의료진 주도로 약을 처방하는 만큼 네이밍에 대한 고민이 뒷전으로 밀리기도 한다.
하지만 혁신신약의 작명에도 숙고가 필요하다. 동일한 성분의 신약이라도 어떤 국가에 판매되느냐에 따라 문화적 맥락이 다르다. 현지에서 발음하는 데 용이해야 하고 해당 시장에 출시된 유사한 이름의 의약품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국산 항암제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영어 이름은 '라즈클루즈(Lazcluze)'다. 국내에서 '렉라자'라 불리는 이 약은 과장되지 않으면서 비슷한 이름의 약을 피하기 위한 목적의 해외 제품명을 선정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엑스코프리(Xcopri)'라는 제품명으로 미국에 출시됐다. SK바이오팜은 2019년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FDA 승인을 받고 2020년부터 자회사를 통해 미국 내에서 신약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21년 출시 후 '온토즈리(Ontozry)'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당초 미국과 동일한 제품명을 활용하려 했으나 'X' 발음이 익숙하지 않은 현지 환경을 고려했다. 쉽게 발음이 가능한 제품명을 고민했고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다.
다음으로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는 중남미다. 2022년 7월 유로파마에 중남미 17개국 판권을 이전한 데 이어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유로파마와는 미국 내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세노바메이트 중심의 AI(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사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앞서 제품명 선정 역시 고민이다. 엑스코프리가 '토하다, 뱉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동사 'Escupir'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지 상황에 맞는 이름의 선정을 고민하고 있는 정황이 흥미롭다.
아무리 좋은 성분을 보유한 혁신신약이라도 궁극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섬세한 마케팅이 필요하다. 임상과 품목허가, 유통 전략을 넘어 현지 문화를 고려한 네이밍 등 브랜딩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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