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는 지금]삼성생명, 빅3 중 유일하게 오너 영향권 밖, 영향은③전문경영인만 경영 참여…CEO 선임도 일관성↓, CEO보단 '시스템'으로
조은아 기자공개 2025-04-22 12:23:31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07시2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은 함께 빅3로 묶이는 한화생명, 교보생명과 달리 오너의 영향권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유일하게 오너 혹은 오너 일가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오너 경영은 전문경영인 체제와 비교해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기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속도감 있게 실행할 수 있다. 한화생명이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삼성생명은 꾸준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부터 삼성생명을 매우 아낀 것으로 전해지지만 직접 경영에 관여한 적은 없다. 전문경영인 체체의 단점이라면 흔히 단기 성장에 집착해 장기 성장동력 발굴에 무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히지만 삼성생명만큼은 예외다. 업계 1위를 수십 년 지키면서 갖춘 최고의 '맨파워'가 흔들림 없이 1위를 유지한 원동력이자 경쟁력이다.
◇교보·한화와 달리 전문경영인만 경영 참여
교보생명은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2000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5년간 단 한 차례도 내려온 적이 없다.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1996년으로 당시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2년 뒤 회장에 올랐고 1999년엔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 보폭을 넓혔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경영에 참여한 게 무려 30년에 가깝다. 교보생명에서 신 회장보다 보험업을 잘알고 교보생명을 잘아는 인물은 찾기 어렵다. 수 차례 대표가 바뀌고 3인 대표 체제와 2인 대표 체제를 오가는 와중에서 신창재 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며 중심을 잡았다.
한화생명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일찌감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생명에 입사한 건 2015년으로 올해 12월이면 10년을 꽉 채운다. 그간 전사혁신실, 미래혁신부를 거쳐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전략부문장,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순차적으로 맡으며 보폭을 열심히 넓혀왔다.
특히 최근 몇 년 한화생명이 해외사업 확대에 그 어느 곳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던 배경에도 김 사장이 있다. 그가 CGO를 맡은 이후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증권사 지분도 매입하기로 했다. 실적발표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실적이 저조하면 금방 위기를 느끼는 전문경영인에겐 불가능한 의사결정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전문경영인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1명이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두 곳과 비교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그룹'이라는 말을 붙이기 애매할 정도로 교보생명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한화생명은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화학(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그룹의 삼대축을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그룹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자 이재용 회장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어 지배구조상 매우 중요하다.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이 계열사 중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판사의 질문에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생명을 꼽기도 했다. 그룹 미래를 위해 중요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CEO보단 '시스템'으로…최고 맨파워에서 나오는 힘
교보생명이나 한화생명에서 오너가 직접 회사를 이끌거나 혹은 보험 쪽 인사를 꾸준히 대표이사로 선임해왔던 것과 달리 삼성생명은 그룹의 제조 계열사 출신을 대표로 맞은 적도 많다. 2010년 이후를 살펴보면 그간 모두 5명의 대표이사를 맞았는데 이 가운데 3명이 삼성생명 출신이 아니다. 박근희 전 부회장, 김창수 전 사장, 현성철 전 사장 등이다.
박 전 부회장은 회장 비서실 재무팀 출신으로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등을 지냈으며 김 전 사장은 제일합섬 경리과 출신이다. 현 전 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보험 전문성에 대한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왔다. 다만 최근 들어선 2명 연속 삼성생명 공채 출신이 대표로 선임됐다. 전영묵 전 사장과 홍원학 현 사장이다. 둘 모두 입사 이후 경력 역시 대부분 삼성생명에서 쌓았다.
다양한 출신, 다양한 성향의 대표를 맞는 긴 세월 동안 삼성생명은 1위를 위협받은 적이 없다. 있더라도 '반짝'에 그쳤다. 최근엔 오히려 시장 지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과의 순이익 격차는 지난해 기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앞으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의 경쟁력은 대표이사 1인이 아닌 압도적 규모 그리고 맨파워에서 나온다. 대표 1명이 회사를 좌우하기엔 이미 시스템이 매우 잘 자리잡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랜 기간 업계 1위를 유지하면서 인재가 모일 수밖에 없는 곳이 됐다.
회계기준 변경은 기회가 됐다. IFRS17 아래 보험사들은 미래를 정교하게 예측하고 이익이 될 만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계리 가정과 미래 금리에 대한 예측을 고도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상품에 포함된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 능력 역시 필요하다. 보험사 규모가 크고 인력이 풍부할수록 경쟁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보험료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사업비 효율화에서 나온다.
자산관리 능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삼성생명의 자산운용 인력은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민연금공단과 공무원연금공단, 행정공제회 등 국내 연기금·공제회의 CIO(최고투자책임자) 자리는 삼성생명 출신과 내부 출신들이 나눠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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