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율곡 "가공·표면처리·도색, 항공부품 단일생산체계 확립"위호철 대표 "공급망 위기 속 선제 투자, 추가 증설로 수주·신사업 대응"
사천(경남)=김인엽 기자공개 2025-04-24 08:30:12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3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율곡의 강점은 항공기 부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공정을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표면처리 기업을 인수해 내재화를 추진했고, 생산 안정성을 확보했다. 당시 투자 덕분에 율곡은 항공기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위호철 율곡 대표(사진)는 지난 17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진행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외 선도기업에 집중됐던 항공기 부품 발주물량을 국내로 일부 옮겨 오면서 공정 내재화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설명이다.

율곡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당시 65억원의 손실을 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고 이듬해(2021년)에도 9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9년 14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부진이었다.
위 대표는 위기에서 기회를 찾았다. 2020년 사천 표면처리 공장을 완공했고 이듬해 한국표면처리(KST)의 지분을 취득해 한국항공우주(KAI)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 적자에 시달리던 지에이에스티와 나래항공을 인수해 생산 기반을 빠르게 넓혔다.
율곡은 총 3개의 자체 표면처리 공장을 확보했다. 사천 공장은 6m급, 지에이에스티는 9m급, 관계 기업인 KST는 16m 이하 부품의 표면처리가 가능하다.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셈이다. 율곡은 표면처리 외에도 자재 절단, 정밀 가공, 조립까지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외주 의존 없이 이뤄지는 생산구조는 납기 대응력과 품질 일관성 측면에서 고객사의 신뢰를 샀다.
위 대표는 "국내 항공기 부품 기업 중 율곡만이 주요 공정을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당시 어려움이 컸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율곡이 표면처리 시설에 공을 들인 이유는 부품 납품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고온·고압 등 혹독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부품은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표면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항공기 제조사는 표면처리 공장·부품별로 별도의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공정과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 부품 하나의 인증을 받는 데에도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더해 공정 재현성이나 정밀도가 기준에 미달해 라이선스 발급이 거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표면처리 캐파를 확보했냐'가 수주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셈이다.
위 대표의 선구안은 적중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주요 부품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국내 기업을 향한 수주 문의가 이어졌다. 일찍이 자체 표면처리 역량을 확보해 둔 덕분에 수요 증가에 즉각 대응해 냈다. 고객사별 맞춤 인증을 바탕으로 신규 수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했고 공정 병목 없이 생산 일정을 소화했다. 덕분에 실적은 빠르게 반등해 지난해 다시 1000억원대 외형을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148억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수주 잔고도 크게 늘렸다. 5년간 1조원어치의 수주를 소화할 전망이다. 단순 계산해도 매년 2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려야 한다. 지난해 매출(1173억원)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존 공장은 대부분 풀캐파 상태로 공장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사업 추진으로 증설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율곡은 현재 해외 고객사와 신사업을 논의 중이다. 사업이 구체화되는 대로 사천 산업단지 내에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율곡의 목표는 '2030년 매출 5000억원 달성'이다. 위 대표는 "수주 문의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사업까지 가시화된다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상장 자금을 통해 율곡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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