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주총 행동주의 리포트]VIP운용 '맞춤형 행동주의', 실리 얻는 관여 전략메리츠부터 HL, 아세아까지…관계를 통한 구조 개편
고은서 기자공개 2025-05-12 10:53:05
[편집자주]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지분이 작아도 전면에 나서는 펀드가 있고 말없이 장기 보유로 압박하는 펀드도 있다. 공개 압박과 비공식 대화, ESG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액티비즘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9일 15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은 공세보다 설득을 택한다. 싸움 대신 조율로, 목소리 높이는 대신 실리를 챙긴다. 메리츠금융지주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HL홀딩스에는 공개 압박이라는 강수를 던졌다. 아세아그룹을 상대로는 우호적 행동주의를 시도하며 다른 방식의 관여를 모색했다. 지분율이 아닌 관계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VIP의 완급 조절형 행동주의는 한국 시장 현실에 맞는 새로운 관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VIP운용은 행동주의 전략을 갖추고 있지만 공격적인 주주제안이나 공개 갈등을 지양한다. 대신 진중한 대화를 중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한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직접적인 표 대결보다는 우호적 관여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접근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전통적인 행동주의가 공개서한, 주총 안건, 언론 인터뷰 등을 활용한 압박 방식이었다면 VIP운용은 좀 더 유연하고 정제된 전략을 따른다. 주요 타깃 기업과의 접점은 대부분 실무 차원의 비공식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외부에 공개된 사례는 적지만 이사회나 대주주와의 구조적 논의가 일정 부분 수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VIP운용은 단순히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재무적 솔루션까지 함께 제시한다.
VIP운용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메리츠금융지주다. 메리츠금융의 지분에 투자한 뒤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대화를 이어갔다. 주주환원, 자회사 구조 개편 등 다양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면서도 공개적인 주주서한이나 언론 압박 없이 신뢰 기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HL홀딩스에 대해서는 다른 수를 뒀다. 접근 수위를 한 단계 높이면서다. VIP는 수개월 간 비공식 접촉을 이어가다 HL홀딩스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며 이례적으로 공개 행동주의를 펼쳤다. 결국 HL홀딩스는 주총에서 VIP 측 제안을 일부 수용했고 양측 간의 갈등은 비교적 조용히 정리됐다. VIP가 필요할 때는 수위를 조절해 공개 전략도 불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HL홀딩스는 문제가 됐던 재단 자사주 증여 결정을 철회한 데 이어 3개년 주주환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목할 사례는 아세아그룹이다. 아세아와 아세아시멘트는 VIP자산운용이 일반투자로 지분 보유목적을 공시한 첫 사례다. VIP는 아세아그룹을 두고도 조용한 관여 전략을 이어왔다. 공식 주주제안 없이 비공식 대화를 통해 개선 방향을 조율하는 방식을 택했다. 큰 갈등 없이 일부 요구사항이 반영되면서 VIP 특유의 '저강도 설득 전략'이 일정 성과를 낸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 아세아 주가는 VIP가 투자한 시점 대비 70% 이상 오르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는 분석이다.
VIP는 일반적인 행동주의 펀드들과 달리 높은 지분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통상 10% 내외의 제한적인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경영진과 접점을 만들고 장기 보유를 통해 신뢰 기반의 대화를 이어간다. 펀드는 대부분 개방형 구조로 설정돼 장기 운용이 가능하다. 그만큼 기업과의 관계 형성에도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엔 내부에 별도의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주주관여 활동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조직은 기존 기업 리서치팀과 분리돼 행동주의 전략 기획과 실행을 전담한다. 투자 타깃 기업 분석은 물론 접촉 시점 판단, 주주서한 발송 여부 검토, 공개 대응 수위 결정 등 주주관여 전 과정의 전략을 총괄한다. VIP는 이를 통해 관여 전략의 일관성과 정밀도를 높이고 있으며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대화 효율성도 강화하고 있다.
VIP는 스스로를 행동주의 펀드로 규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관여 방식은 행동주의의 변형이자 진화형에 가깝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용적 접근, 적정 수위의 압박, 그리고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여의 일관성은 지금 VIP가 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전략의 본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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