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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의 복귀, 네이버의 큰 그림]'꿈의 현실화' 사우디로 보여준 AI 수출…목표는 확장③소버린 AI 내세워 MENA 지역 전방위 공략…중동 거점 법인 마련

노윤주 기자공개 2025-05-13 10:15:47

[편집자주]

'은둔의 경영자'라 불린 인물이 있다. 바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다. 그가 오랜 은둔 생활을 마치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제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의 역할은 내려놓고 현장에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들과 호흡하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업자 복귀에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기대감이 묻어난다. 특히 이 의장의 GIO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격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가 그리고 있는 글로벌 진출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9일 09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인공지능(AI)을 삼고 있다. 커머스 사업의 경우 일반 소비자 대상 B2C, C2C 영역에 집중한다면 AI는 더 굵직한 정부·공공기관 대상 B2G 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AI 기술 수출 과정에서 네이버가 강조하는 건 '소버린 AI'다.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나 기업이 자체 특성을 담은 AI를 만들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그간 네이버는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 더 많이 소버린 AI를 외쳤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를 통해 네이버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이 의장의 꿈에 한발짝 더 가까워졌다.

◇디지털트윈부터 공들인 사우디 사업…중동 비즈니스 기반 구축

네이버의 AI 수출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소버린 AI는 자국 내 데이터와 기술로 구축한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AI 주권을 확보하는 개념이다. 중동권 문화를 이해하는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들고자 하는 사우디 정부 수요와 네이버의 AI 가치가 맞아떨어졌다.

사우디 정부와 협업하기 위해 네이버는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 네이버페이 등 계열사를 통칭하는 '팀 네이버'가 2023년 3월 사우디 자치행정부와 디지털전환(DX)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시작이었다.

사우디가 건설 중인 네옴시티 사업 일환이었다. 사우디 투자부에서 직접 네이버 신사옥인 '1784'를 방문하기도 했었다. 같은해 네이버는 팀 네이버 자격으로 사우디 자치행정부로부터 1억달러(약 1380억원) 규모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1년뒤인 2024년 9월에는 협력 범위를 AI까지 넓혔다. 당시 최고글로벌투자책임자(GIO)직을 맡던 이 의장과 최수연 대표,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등이 사우디에서 열린 '글로벌 AI 서밋'에 참석하기도 했다. 단순 컨퍼런스 참여가 아닌 현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진짜 목표였다.

이때 이 의장은 압둘라 알감디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장(SDAIA)을 만났다. SDAIA는 사우디 AI 사업을 주도하는 정부 기관이다. 네이버와 SDAIA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로봇 등 분야에서 전방위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실험대 오른 하이퍼클로바X, 사업 성과 입증 관건

사우디 진출이 현실화되면서 네이버는 소버린 AI 전략의 실질적 성과를 낼 기회를 얻었다.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현지 문화와 언어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도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 중 자체 LLM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사실상 네이버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중이다.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해외 LLM이 국내 시장을 잠식 중인 상황에서 사우디 사업을 통해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과 소버린 AI 전략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네이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지난해 사우디 법인 '네이버 아라비아' 설립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지 법인 설립 절차가 늦어지면서 계획이 다소 지연됐다. 올해 초 법인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법인 구성을 위한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에서 진행되는 개별 사업 단위별 합작법인(JV) 설립도 함께 추진 중이다.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MOMAH), 국립주택공사(NHC) 등이 사업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 JV는 네이버아라비아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중동 법인장은 사우디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이끌었던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맡는다. 채 대표는 올해 신설한 전략사업부문장까지 맡으면서 사우디뿐 아니라 네이버 AI 수출 파이프라인을 타 국가까지 확장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우선 네이버는 중동의 여러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사우디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지역본부(Regional HQ·RHQ)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사우디는 해외 기업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 이들이 진출할 때 사우디를 허브 삼기를 바라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이용해 사우디 대규모 국책과제에 협력하면서 MENA 지역 타 국가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이런 소버린 AI 전략에는 하드웨어적 기반도 중요하다. 지난해 6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를 만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 자리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함께했으며, 양측은 소버린 AI 모델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자국 문화와 아랍어에 최적화된 AI 모델 구축에 적극적"이라며 "네이버의 소버린 AI 접근법이 이들 국가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시티 구축과 소버린 AI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다른 국가까지 기술 수출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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