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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주총 행동주의 리포트]안다운용만의 행마, 글로벌 펀드와 연대 카드⑦인게이지먼트본부 지난해 신설…공동 행동 전략, 새 길 제시

고은서 기자공개 2025-05-14 10:48:18

[편집자주]

2025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의 행동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지분이 작아도 전면에 나서는 펀드가 있고 말없이 장기 보유로 압박하는 펀드도 있다. 공개 압박과 비공식 대화, ESG와 지배구조 개선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더벨은 국내 대표적 행동주의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국형 액티비즘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4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다자산운용은 주주총회장 전면에 등장해 목소리를 높이는 하우스가 아니다. 대신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연대다. 단독 행동 대신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과의 보조를 통해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공개 대결보다는 정밀한 개입에 무게를 둔다.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압박을 토대로 행동주의의 또 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행동주의 캠페인은 지난해 삼성물산 건이다. 삼성물산에 대한 안다자산운용의 주주활동은 전담 펀드를 통해 진행됐다. 2022년 10월 설정된 '안다행마일반사모투자신탁제1호'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정상화를 목표로 설계된 전략 펀드다. 최근 기준 누적수익률은 62%에 이르며 순자산총액은 약 190억원 수준이다. '행마(行馬)'라는 이름에는 말을 바둑판 위의 최적 위치에 두듯, 적시에 기업에 개입해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신설된 안다자산운용 인게이지먼트본부가 운용한다. 이 본부는 주주권 행사에 그치지 않고 경영진 평가 및 보상 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 등에도 관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의 구조와 사내 네트워크에 익숙한 변준호 인게이지먼트본부 대표가 전략을 총괄하며 주목받았다. 골드만삭스증권, 삼성전자, 삼성물산, 크라운락자산운용 등을 거쳐 행동주의 운용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런던대를 졸업하고 워릭대, 런던비즈니스스쿨(LBS) 석사와 런던정경대 박사 과정을 수료한 학력도 그의 노하우에 힘을 실어준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해외 행동주의 하우스 5곳과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 이들은 보통주 1주당 4500원의 배당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나란히 제출했다. 국내 주주운용사와 해외 펀드들이 연합해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사례였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찬성 권고 의견을 냈지만 안건은 주총에서 모두 부결됐다. 배당 확대안은 23%, 자사주 매입안은 18%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이후 별도로 자사주 797만 주를 소각하고, 보통주 기준 1주당 255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주주제안과 무관한 결정이었지만 시장에선 행동주의 연대가 일정 수준의 압박을 가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주총은 별도의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마무리 됐다.

KT&G와 SK케미칼은 안다자산운용이 해외 행동주의 운용사들과 협력해 움직였던 대표적 사례다. KT&G의 경우 2022년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함께 주주제안에 나섰다. 당시 60%에 달하던 배당성향을 10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안다자산운용은 2023년 초까지 KT&G 주주행동을 이어갔지만 해당 전략을 주도했던 박철홍 대표의 퇴사 이후 펀드 청산과 함께 관련 활동은 마무리됐다. SK케미칼 또한 지난 2021년 싱가포르 헤지펀드 하우스 매트리카파트너스와 공조해 주주제안을 전개했다.

안다자산운용의 전략은 보유 지분율이 크지 않음에도 정공법을 택해 의결권 자문사 판단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제안 내용을 설계한다. 언론 노출은 지양하지만 전략적 연대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내 하우스로서는 드물게 글로벌 펀드들과의 연대를 적극 활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조용한 외교전처럼 펼쳐지는 안다자산운용의 의결권 행동주의는 한국 자본시장에 또 다른 형태의 주주행동을 제시하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안다자산운용은 전략적 공조를 통해 효과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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