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원익그룹, DDI 진출 4년차…삼성D 공급 먼길⑥퀄테스트 진행, 실질 납품은 아직…디투아이 지난해 첫 매출 69억 불과
노태민 기자공개 2025-05-14 10:04:01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16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그룹은 2022년부터 회사의 미래먹거리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을 육성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쏠린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널뛰기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삼성디스플레이의 요청으로 시작하게 된 사업이다. 다만 아직까지 본격적 납품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은데다 실현돼도 신사업인 만큼 손입분기점(BEP) 달성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상황이다. 특히 관련 사업의 주축인 디투아이는 원익그룹 편입 후 416억원 규모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 중인데 이를 모회사인 원익홀딩스가 모두 짊어지고 있다.
◇팹리스 진출 4년차, 원익디투아이 누적 당기순손실 '416억'
원익그룹은 2022년 8월 원익홀딩스가 팹리스 스타트업인 디투아이 지분 100%를 107억원에 인수하며 팹리스 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는 타이밍 컨트롤러(T-Con)와 DDI를 전문으로 하는 티엘아이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공개매수 등 과정을 거쳐 티엘아이 지분율을 62.5%까지 늘렸다.
원익그룹이 DDI 팹리스 사업에 진출한 배경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요청이 영향을 끼쳤다. 2021년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회사 매각을 추진하자 DDI 공급망관리(SCM)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하에 원익그룹에 DDI 사업 진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DDI 공급은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삼성디스플레이와 DDI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질적인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적자폭도 커지고 있다. 원익디투아이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0원 매출을 기록했고 2024년에야 69억원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당기순손실은 2022년 15억원, 2023년 82억원, 2024년 309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은 모회사인 원익홀딩스로부터 받은 대여금으로 메꾸고 있다. 원익홀딩스의 지난해 말 기준 원익디투아이 대여금은 264억원에 달한다. 차입 기조는 올해도 유지되고 있다. 원익디투아이는 올해 상반기 원익홀딩스로부터 다섯 번의 자금 차입을 진행했다. 올해 빌린 대여금은 총 129억원 규모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익디투아이의 당기순손실 확대를 DDI 공급 임박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기도 하다.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의 특성 상 웨이퍼 매입 외에는 큰 비용이 들어갈 이유가 없어서다.
DDI 업계 관계자는 "원익디투아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용 OLED DDI 퀄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퀄테스트 통과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데 올해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익홀딩스의 또 다른 팹리스 자회사 티엘아이의 상황도 좋지 않다. 티엘아이의 매출은 원익그룹 편입 전인 2022년 21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DDI 매출이 감소하면서 2023년 152억원, 2024년 79억원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6억원에서, 101억원, 123억원으로 확대됐다.

◇팹리스 사업 '교통정리', 원익디투아이-티엘아이 '합병'
원익그룹이 당장 해법으로 삼은 건 회사 합치기다. 지난달 15일 원익디투아이와 티엘아이를 합병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주주총회 승인일은 5월 29일, 합병기일은 7월 1일로 예정돼 있다.
티엘아이는 원익디투아이와의 합병에 대해 "R&D 및 경영자원의 조직 통합을 통하여 인적,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재무적 자생력을 확보한 지속성장의 기반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계획안에 따르면 존속회사는 티엘아이다. 다만 사명은 원익디투아이로 변경한다. 합병은 티엘아이와 원익디투아이 간 1대0.655024의 비율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원익홀딩스의 합병회사 지분율은 77.0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익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티엘아이와 원익디투아이 지분을 각각 62.5%, 99.2% 보유 중이다.
원익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디스플레이 구동시장의 선두주자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티엘아이는 "(원익디투타이와의 합병으로) 유사성을 지닌 각 사업부문별 R&D 개발인력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며 "이는 설계효율성을 강화하여 고객사 대응 및 외주 구매처 협상시에도 국내 유일 전 제품 대응가능 회사로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외부적 환경은 우호적이다. 최근 매그나칩이 DDI 사업에서 공식 철수하며 국내 DDI 기업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LX세미콘, DB글로벌칩, 아나패스, 원익디투아이 등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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