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1월 14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엠벤처투자(이하 엠벤처)는 지난 2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로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당했다. 여기에 과징금 2억4000만원을 부과 받았고 2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재무담당 임원은 해임권고를 당했다.엠벤처가 이처럼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은 이유는 피투자기업인 GCT Semicondutor(이하 GCT)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 서울대 공대 이경호 박사가 중심이 돼 설립한 무선통신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롱텀에볼루션(LTE)'의 핵심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존에 LTE 핵심 칩 공급을 시작했다.
GCT는 골드만삭스, JP모건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나스닥 상장(IPO)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12월말 IPO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모규모는 약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엠벤처는 사실상 GCT에 사활을 걸고 있다. IPO 이후 어떤 주가 흐름을 보이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엠벤처가 GCT 지분 9%를 확보하는데 투자한 금액은 무려 300억원. 작년 12월말 기준 엠벤처의 운용자산 1936억원의 15.4%를 차지한다. 벤처캐피탈이 1개 기업에 투자한 금액치고는 지나치게 많다. 스스로 리스크를 높였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엠벤처 위기의 본질은 그동안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상환 및 보통주 전환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 데 있다. 일단 GCT가 IPO에 성공한다면 엠벤처는 한숨 돌릴 수 있다. 6개월 락업(lock up)이 걸려있어 당장 유동화는 힘들지만 차환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GCT가 대박 수준의 주가흐름을 보인다면 이 같은 문제는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GCT가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주가흐름을 보일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엠벤처가 투자금도 제대로 못 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엠벤처의 투자 실패가 업계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말 벤처캐피탈의 보유자산 기준 엠벤처는 14위를 기록했다. 중상위권이다. 최근 부실경영으로 논란이 됐던 제일창업투자, 무한창업투자, 그린기술투자와는 급이 다르다.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만약 GCT 엑시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한책임투자자(LP) 입장에서는 벤처출자를 망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코스닥 시장이 맥을 못 추면서 LP들이 출자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실제로 몇몇 LP들은 벤처출자 여부를 심각하게 저울질하기도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사실 엠벤처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 여러 차례 회자된 얘기다. 올해 초에는 운용중인 조합을 홍콩시장에 IPO하려다 좌초되기도 했다. 홍성혁 대표는 조합을 담보로 한 현금유동화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홍 대표는 엠벤처의 지분 2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자신이 오너(owner)인 만큼 경영전반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고 경영하겠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엠벤처는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주목하는 코스닥 상장사이고 벤처캐피탈 업계와 함께 상생해야 하는 업체다. 좀더 신중하고 치밀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엠벤처가 한단계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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