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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든든한 '배경'이냐 유동성리스크냐 PF 70%가 미착공..기존 PF 분양 호조 불구 수익성↓

이승우 기자/ 서세미 기자공개 2011-12-06 11:13:48

이 기사는 2011년 12월 06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건설은 산업내 경쟁력으로 보나 신용등급(A+)으로 보나 아직 일등 건설사로 보기는 어렵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이상 AA급)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2위 그룹(second tier)으로 분류된다. 시공능력에서도 밀리지만 주택부문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는 메이저 건설사들과 비교된다.

주택부문에 대한 노출이 심하다 보니 중견 건설사들에게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롯데건설도 안고 있다.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불안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보증이나 채무인수 등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롯데건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확실한 캡티브(captive) 수요를 제공하는 롯데그룹의 탁월한 현금창출 능력과 지원의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롯데건설 스스로도 상당한 수준의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 사업 리스크 '점증'

롯데건설의 재무구조 역시 여타 주택 전문 건설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열사들의 물량으로 탄탄한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나 주택 사업 부진이 회사 전체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다.

주택사업에서 현재까지 성과는 나쁘지 않다. 8월말 기준, 진행 주택사업 평균 분양률이 87%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분양 호조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사실상의 할인 분양(중도금·잔금 무이자+발코니 확장 등)으로 원가가 상승하고 입주 지연으로 인한 미수금 증가는 운전 자본 부담을 키운다. 주택 경기가 활황이던 시절 10% 이상이었던 이익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금융비용 역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07년과 2008년 70%대였던 분양 사업 원가율은 지난해부터 80%대로 올라섰다. 이러면서 해외를 포함한 전체사업 원가율이 90%를 넘었다. 매출 비중을 늘린 토목·플랜트의 경우 경쟁이 치열, 이익률이 높지 않아 수익성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건설 이익률
롯데건설 이익률 추이(출처:한국기업평가)

지난해 롯데건설의 세전이익률은 0.3%로 급감했다. 2008년 8.3%에서 2009년 3.7%로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다시 4%대로 반등하기는 했다.

공사·분양 미수금을 포함한 매출채권은 2조원을 넘어섰다. 비중이 큰 아파트 사업에서 분양은 잘 됐지만 과거와 같이 현금이 때에 맞춰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지난 9월말 현재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마이너스 635억원(6월말 현재1372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을 제외하고 20007년 이후 꾸준히 마이너스 현금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롯데건설 매출채권 금융비용
롯데건설 매출채권 및 이자비용(단위: 억원, 출처: 한국기업평가)

현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서 PF 상환이 잘 안되고 결국 이는 금융비용을 늘리게 된다. 지난해 금융비용으로만 1000억원을 썼다. 또 시행사 채무에 대한 상환을 도와주기 위한 대여금 역시 장·단기를 합쳐 4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KCC건설과 공동 추진한 청라골프장 사업에서 사실상 채무인수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주택사업에서 분양률은 좋지만 실제 내용은 좋지 못한 셈이다.

위기 관리 모드..계열사의 탄탄한 지원

주택 사업 부진으로 인한 재무 사정은 지난해가 최악이었다. 이익률 저하와 차입 증가로 인한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현금 사정이 나빠진 것이다. 게다가 올해 5월과 11월 만기 도래한 상환우선주(2009년 발행)는 계열사 지원을 끌어낼 수밖에 없게 한 이벤트였다. 우선상환주 만기는 3000억원 증자(계열사 참여)와 상환전환우선주 발행(1500억원)을 통한 만기 연장으로 해결했다.

대내외 유동성 수혈과 더불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모드에 돌입하면서 재무 지표가 올해 들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스크관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은 매출채권 등 운전자본에서 포착된다. 입주 지연 등으로 미수금 부담이 늘고는 있지만 매출채권이 2009년을 정점으로 소폭이나마 매년 줄고 있다. 사실상의 할인분양을 감수하고서라도 현금 유동성이 운전자본투자에 묶이지 않도록 하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롯데건설 차입금 현황

차입금과 이익률 등 재무지표도 지난 해를 바닥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7500억원 수준이었던 총차입금은 2008년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조원에 육박했다. 그러던 것이 올 들어 다시 1조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단기 차입을 급격히 줄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회사채를 1조원(잔액 기준) 이상 늘리면서 만기 분산을 하고 있다. 50%를 넘던 총차입 대비 단기 부채(유동성 장기 부채 포함, PF 제외) 비율은 27%대로 급격히 낮아졌다.

롯데건설 매출 추이
롯데건설 계열 물량 비중 및 총 원가율 추이(단위:%, 출처: 한기평)

재무 지표 개선은 계열사들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계열사 물량이 올해 대폭 늘어나면서 주택사업에서의 부진을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한기평에 따르면, 호남석유화학과 롯데쇼핑 롯데호텔 등 계열사 물량 비중(매출액 기준)이 올 상반기 현재 36%에 달한다. 지난 2007년~2008년 20%대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향후 롯데칠성부지 개발공사와 제2롯데월드 등 대규모 개발 공사도 예정돼 있어 계열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최근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는 해외 매출 비중은 꾸준히 하락, 10% 아래로 내려갔다. 타 건설사 대비 취약한 플랜트와 해외 사업을 계열사 물량이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 비중이 높은 건설사 중 하나로 겉으로 보이는 분양 성과와 다르게 내용이 좋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다른 건설사는 해외나 플랜트로 이를 메우는데 롯데건설의 경우 계열사가 이를 메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PF의 70%가 미착공 물량…ABCP 등 리파이낸싱 리스크 '아킬레스 건'

롯데건설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종별로 보면 토목과 플랜트 비중 증가세가 완연하다. 2007~2008년 20%대 후반에서 2009년 30%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는 37.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으나 주택 사업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그 반작용으로 나타난 결과다.

롯데건설 공종별 매출 비중
롯데건설 공종별 매출 비중

하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은 주택 사업(계열 물량 포함) 비중이 여전히 높다. 매출액 기준, 건축과 자체 분양사업 비중이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토목과 해외 사업에서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진행할 PF 사업이 지속적으로 롯데건설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PF 사업장 대부분이 위험 전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롯데건설의 PF 잔액은 2조9767억원(재개발·재건축 포함)이다. 이중 수도권 비중은 68.4%에 달한다. 지방이 20.1%이고 해외가 11.5%. 전체 PF 사업장중 예정사업장, 즉 미착공 사업장이 69.3%라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2조원 정도가 미착공 PF인 셈이다.

롯데건설 우발채무 추이
출처: 한기평

미착공 사업장중 파주 운정과 김포 한강신도시, 천안, 대구 등 최근 부동산 경기가 최악인 곳이 많다. 업계에서는 건설사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이다. 파주 운정의 경우 A14블럭과 파주운정PF를 합하면 도급금액만 6200억원이 된다. 도급금액이 파악되지 않은 25블럭을 합치면 1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이 지역에서는 수백억원대의 브릿지론(Bridge Loan)이 일어난 상태다. 도급금액 2000억원 규모인 김포한강신도시 역시 미착공으로 PF 1830억원이 있다. 이밖에 화성 반월동과 동탄, 천안 청당동 등 미착공 사업장에서 계속해서 금융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

다만 롯데건설의 사업장 중 상당 수가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다른 건설사에서 인수해 온 것이라는 점은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금부족 문제로 사업 진행이 중단되거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른 건설사들이 내놓은 사업장을 비교적 저렴하게 인수하면서 수주잔액과 PF 우발채무가 동시에 늘었다. 성격상 문제 사업장이 많아 유동성이 장기간 묶일 우려는 분명히 있지만 우발채무 규모에 대한 부담은 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입금 만기를 분산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롯데그룹이라는 '배경'에 대한 믿음 때문이겠지만 언제 어디서 리파이낸싱 리스크가 불거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주택사업의 PF 우발채무까지 포함하면 유동성위험은 더욱 커진다. 롯데건설의 PF 잔액중 만기가 1년 이내인 ABCP로 유동화한 비중은 47%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국내 주택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 위기 이전부터 수도권과 지방에 동시 다발적이고 공격적으로 아파트 사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현금흐름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건설에 대한 지원 여력이 충분하다"면서도 "그룹 지원을 배제할 경우 현재 신용등급 (A+)는 과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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