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 운전자본 적체의 '역습' 매출채권·대여금 회수 지연 '심각'…재무구조 '외화내빈'
황철 기자/ 이대종 기자공개 2011-12-09 11:34:53
이 기사는 2011년 12월 09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수익성 지표는 건설업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 128.6%, 차입금의존도 35.2%(9월말 기준) 등 재무구조 역시 지표상으로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다. 자체 사업 비중이 높다 보니 분양률이 높고 PF 우발채무에 대한 부담도 다른 대형 건설사에 비해 크지 않다.그런데 올해 하반기 이후 신용분석 전문가들은 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현재 A+) 하락 가능성이 높은 대형 건설사로 꼽고 있다. 매출이나 수익성 등 각종 재무지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산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운전자본 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자체공사 비중이 높은 특성으로 용지구입비와 공사대금 등 선투입자금 부담이 크지만 시행사 대여금, 공사미수금 회수 지연, 부진 사업장의 대위변제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묶여 있다. 부족한 자금을 외부조달로 메우면서 2008년 이후에만 차입금 규모가 4배 이상 불었다. 공사미수금과 대여금에서는 진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돼 적지 않은 대손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 탁월한 수익성, 가벼운 PF 부담, 그런데…'돈이 없다'
현대산업개발은 건설경기 부진에도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원가율은 최근 5년 평균 8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다소 하락했지만 10%대 언저리를 나타내고 있다. 브랜드(I'Park) 인지도가 우수하고 자체공사 비중이 높은 것이 고수익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9월까지 2조1103억원의 매출과 23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3분기에는 초대형 자체사업인 해운대 우동, 수원 권선 1차 아이파크 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매출 7181억원, 영업이익 917억원의 호실적을 올렸다. 양 주택지구는 합산 2조20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로 주택경기 불황에도 94%~99%에 이르는 분양률을 나타냈다.
자체사업을 주로 하다보니 주택 전문 건설사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PF 우발채무 문제도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 PF관련 우발채무가 11월 현재 1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 이중 60% 가량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다. 예정사업장이나 분양률 50% 이하인 고위험사업장의 비중은 40%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부채비율은 9월말 현재 127.6%, PF 우발채무를 포함한 수정부채비율도 170% 정도로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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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금흐름 측면에서 보면 부진하기 짝이 없다. 매출이 늘고 매년 이익을 내지만 현금이 들어오기는 커녕 외부에서 차입금을 조달해 사업비를 충당하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855억원 가량의 흑자를 매년 내고 있다. 그런데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반대로 최근 5년 내내 평균 2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장부상으로는 매출도 늘고 이익도 내고 있지만 용지대와 공사비로 나가는 돈이 공사·분양대금 회수로 들어오는 돈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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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지속해야 하는데 돈이 벌리지 않으니 외부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다. 2007년 이후 매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부족 자금을 전액 차입금으로 메우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잉여현금흐름은 한국기업평가 추산액이 -1조2000억원 가량, NICE신용평가 추산액이 -1조원 가량에 달한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7년까지만해도 순차입금이 2500억원대에 불과했다. 사실상 무차입경영이라고 봐도 될만큼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다. 도급공사보다 자체사업에 치중하고 지방 사업장의 PF채무를 대위변제하면서 재무구조가 빠르게 악화한 것이다. 올해 9월말 현재 총차입금은 1조9836억원으로 3년 여만에 4배 이상 늘었다. 경쟁 건설사에 비해 절대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증가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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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맥경화의 주범은 운전자본 부담…매출채권·대여금 회수 지연, 진부화 가능성도
현대산업개발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에 묶인 돈은 9월말 현재 2조9000억원에 이른다. 현금흐름이 막혀 차입금을 크게 늘릴 수 밖에 없게 만든 주범이다. 이 중 재고자산은 자체공사 비중을 높이면서 증가했다고 쳐도 매출채권, 장·단기 대여금 및 미수금이 각각 1조1387억원, 8632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의 미회수 자금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중 2727억원은 손실로 확정해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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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공사에서 발생한 분양미수금(3482억원)은 높은 분양률을 감안할 때 회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사미수금(7495억원), 그리고 장단기 대여금이 포함된 기타수취채권(8631억원)이 골칫거리다. 현대산업개발은 매출채권과 기타수취채권에서 총 6449억원을 개별손상된 것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회수 시점이 이미 지나 떼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어서 자산의 진부화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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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은 현대산업개발의 현금흐름이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운대 우동(분양총액 1조5297억원)과 수원 권선 1차 (6957억원) 등 대규모 자체사업의 분양대금이 유입되면 차입금 일부를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대 사업장을 뺀 나머지 지역은 이러다 할 성과가 없다. 수원 권선 2차, 일산 덕이, 고양 삼송, 울산 우정 등 수도권·광역시 지구의 분양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수원 권선 2차의 분양률은 70%를 겨우 넘겼고 고양 삼송 아이파크의 경우 60%에도 못 미쳤다. 도급 사업은 울산 우정, 용인 성복의 분양률이 50%를 채 넘기지 못했다. 일산 덕이지구(55.7%)도 상황이 좋지 않다. 현금흐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입구조가 지나치게 단기화해 있다는 점도 신용도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총차입금 중 45.8%(9091억원)가 1년 내 만기도래한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2623억원으로 지난해말 5759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용평가사들은 SOC 출자금, 현대상선 등 투자자산, 본사 및 삼성동에 위치한 호텔 등 토지와 건물 등 재무적인 융통성이 풍부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 시장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차입금 비중을 높여 놓은 재무정책 자체를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 올해 분양 계획 내년으로 연기…"해외사업, 아직 계획 없다"
주택경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로 향후 먹거리에 대한 고민 또한 가볍지 않다. 계획했던 국내 사업들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던 해외사업은 수주부진과 경쟁력 저하로 첫삽을 뜨기조차 쉽지 않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분양 예정이었던 사업장에 대한 계획을모두 연기했다. 해운대 우동과 수원 권선 1차 이후 가장 유력한 사업장으로 꼽혀 온 김포한강신도시와 수원 권선 3차다. 이들 사업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저평가된 신도시 이미지 등으로 분양 계획을 내년 이후로 늦췄다.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98㎡에서 115㎡까지의 중대형으로 계획한 Ac-10블록(697세대)과 84㎡ 중형 Ab-03블록(1200여세대) 전체의 공급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올해 분양계획이었던 수원 권선 3차의 경우도 총 1077세대의 일정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 분양률이 낮은 권선 2차 지구의 적체 현상을 해소하고 나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착공 계획이었던 사업일정은 대부분 미정 상태다. 자체사업 중 규모가 큰 사업장은 파주 서패리(사업화 경우 총 1조4000억원 추정) 정도다. 하지만 해당 부지의 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2014년 이후에나 분양이 가능해졌다. 울산 약사동 사업의 경우에도 지역 분양경기가 여의치 않아 미정 상태로 남아있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당장 자체사업을 위한 토지 매입에 나선다 해도 분양 때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면서 "내년 이후 3년간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은 올해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사업도 잠정 중단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 해외 원전·플랜트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한국전력공사·현대건설 등에서 원전 관련 경력이 풍부한 임원을 뽑는 등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원전 등의 영향으로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원전, 플랜트 등 해외사업 진출에 대한 내년도 계획 역시 잡지 못했다"라며 "아직까지 국내 주택시장에 많이 기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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