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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의 우선매수권은 진짜일까 MOU인 만큼 '우선협상'정도에서 그쳤을 듯···국민연금은 명분·실익 모두 확보

민경문 기자공개 2012-08-10 09:48:51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0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보유중인 한라공조 지분 8.1%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만도에 주기로 한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비스티온의 공개매수 제의를 거절한 마당에 굳이 만도에 우선매수 권한을 주면서까지 엑시트(자금 회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획득하기 위해 우선매수권이 아닌 우선협상 수준에서 협의를 마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만도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국민연금과 글로벌 투자 파트너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한라공조 지분 우선매수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만도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는 한라그룹이 과거 계열사였던 한라공조를 되찾기 위한 첫 단추로 평가하고 있다.

비스티온 입장에서는 우선매수권 합의가 한라공조에 대한 2차 공개 매수가격을 결정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만도를 견제하기 위해선 위닝프라이스(winning price)가 적어도 1차 공개 매수 때의 입찰가(2만8500원)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은 앞서 제시가격이 한라공조의 본질가치에 못 미친다는 판단 하에 비스티온 측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인수 가격에 대한 부담은 만도도 마찬가지다. 만도의 우선매수권은 국민연금이 한라공조 지분을 매각할 경우 제3자가 제시한 입찰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먼저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결국 비스티온의 주당 제시 가격을 소화할 여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분 매입도 불가능하단 얘기다.

하지만 비스티온이 국민연금 측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공개 매수 가격을 제시하고 만도가 같은 조건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곤란해진다. 국민연금은 비스티온의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더라도 결국 만도에 지분을 팔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딜 구조상 만도와 비스티온 외에 제3의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으로선 앞서 1차 공개 매수 제의를 거절한 데 따른 실익을 하나도 건질 수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우선매수권을 만도 측에 실제 부여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어디까지나 양해각서(MOU)단계인 만큼 구속력이 없다는 점은 설득력을 더하는 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만도의 우선매수권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 PE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굳이 만도에 우선매수권을 확약함으로써 스스로 엑시트 기회를 박탈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어쩌면 한라공조의 최대주주인 비스티온을 단순히 압박하기 위한 쇼잉(showing)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입장에선 '우선매수권'이라는 카드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차량용 공조 분야에서 1등 기술력을 가진데다 최근 2년간 영업이익만 2750억 원을 올린 알짜 회사를 사모투자펀드(PEF)가 대주주인 회사에 넘길 수 없다는 반발 여론 때문이다. 여기에 한라공조 노조가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대주주 비스티온의 공개매수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이 사실상 비스티온과 한라그룹간 양자 대결 구도라는 점에서 재무적 투자자(FI)인 국민연금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일단 명분과 수익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우선매수권보다는 우선협상 정도에서 합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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