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미공시 ABCP 37조 돌파..급증 원인은? 신용파생상품 유동화 급증…중개증권사·투자자도 공개 꺼려

황철 기자공개 2012-09-25 14:02:44

이 기사는 2012년 09월 25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을 공개하지 않은 미공시 ABCP가 전체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절반을 넘어섰다. 기업어음은 발행 정보 자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실질적 사모 유가증권으로 분류된다. CP시장에서 신용평가사의 등급 공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발행한 ABCP의 절대 다수가 사모라는이유로 신용등급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보 비대칭성 확대에 따른 투자위험 가중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로도 판단이 쉽지 않은 각종 리스크 요인을 가진 신용파생상품 기초 ABCP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미공시로 발생돼 투명성 부족에 따른 각종 문제가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개연성이 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미공시 ABCP의 확산 원인과 신용파생상품 유동화의 리스크 요인을 면밀 분석했다.

◇ 미공시 ABCP 비중 57%, 투자 리스크 확대

8월말 현재 미공시 ABCP 잔액은 37조2121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전체 ABCP 64조8056억 원의 57.4%에 해당한다. 미공시 ABCP 확산의 원인은 제도와 구조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자본시장법은 50인 이상을 대상으로 증권의 취득과 매입을 권유할 경우를 공모로 보고 있다. 또 공모 발행에 한해 증권신고서에 신용평가서 사본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ABCP는 투자자가 50인 이상일 경우 복수의 유동화회사를 설립해 수요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회피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ABCP 거래가 사모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참가자 입장에서 보면 구조화금융이 발달할수록 발행자·중개인·투자자 등 거래참가자 모두가 공시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조를 짜는 증권사는 새로운 형태의 유동화자산을 발굴하거나 독창적 구조를 개발할 경우 이를 독점하고자 하는 유인이 증가한다. 경쟁 증권사의 모방을 막고 거래구조를 독차지해 최대한 이익을 오래 향유하기 위해서다.

미공시 ABCP


유동화 거래과정에서 리스크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일차원적 목적도 크게 작용한다. 건설사가 PF 우발채무 내역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 미공시로 발행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ABCP와 같은 구조화 상품의 경우 발행사·증권사·투자자 모두가 신용위험에 두드러지게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시장참가자 모두가 정보 공개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기 쉽다.

최근에는 규제 회피 목적의 미공시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정기예금담보와 신용파생상품 연계 ABCP가 대표적 사례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미공시 ABCP는 발행정보 자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장 투명성 저하를 초래한다"며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신용등급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어 투자자 보호가 불충분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 PF, 정기예금 유동화 주춤..신용파생상품 연계 급증

미공시 ABCP를 거래유형별로 따져보면 정기예금, 신용파생상품 연계, 부동산 PF 유동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정기예금 유동화가 50% 수준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규제 영향 등으로 1분기 이후에는 발행이 주춤해졌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분석이다.

김 위원은 "감독당국이 정기예금 유동화가 유사 수신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 하에 은행권 창구 지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권사와 신용평가사에 대한 행정지도도 실시했다"며 "이후 발행은 정체 상태에 있으나 기초자산의 유형이 외화표시 정기예금, 시중은행 해외법인에 가입하는 정기예금 등으로 오히려 다양화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발행규모 측면에서 정기예금 유동화의 순증 속도는 주춤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최근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신용파생상품 연계 유동화다. 증권사 IB가 신용파생상품 연계 유동화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너나없이 영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입장에서도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을 매력적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본질적으로 신용등급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다양한 위험 요소를 수반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공시는 물론 적절한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김 위원은 "신용파생상품 연계 ABCP의 경우 준거기업에 신용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신용등급을 결정하지만 투자자의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훨씬 다양하다"며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될 공시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위험 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 "ABCP 거래에는 신용등급 결정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잠재적 위험요소로 해석해야 할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존재한다"며 "ABCP 거래의 구조화 과정에서 신용평가사가 요구하는 위험통제는 신용위험의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신용등급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도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