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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닮은꼴' 한국실리콘, 법정관리 왜? 짜임새 있는 투자조달 전략...시황악화로 운영자금도 빠듯

김익환 기자공개 2012-11-29 11:21:41

이 기사는 2012년 11월 29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국실리콘은 짜임새 있는 투자·조달 전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투자계획에 따라 시장 안팎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제 2의 OCI'로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황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깊었고 무리한 설비투자로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으면서 발목을 잡혔다는 분석이다.

한국실리콘은 지난 28일 어음 80억 원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정관리의 근본적인 이유는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압박과 운영자금 부족 탓이 크다.

한국실리콘은 지난 10월부터 2공장이 상업생산에 착수했다. 1만5000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가격경쟁력도 갖췄지만 공사잔금 지급과 운영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시황악화로 현금창출력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로 404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36억 원이다.

그 까닭에 공장 가동을 위해 내는 전기료 3개월치를 연체하기까지 이르렀다. 관계회사인 수성기술로부터 200억 원을 조달했지만 운영자금을 대기에도 빠듯했다. 설상가상으로 신디케이트론 대주단이 여신 회수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실리콘은 지난 2011년 6월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1년 만기 신디케이트론 3000억 원을 조달했다. 지난 6월 대주단과 협의 끝에 신디케이트론의 만기를 6개월 연장 오는 12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문제는 한국실리콘의 현금창출력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대주단은 이에 따라 만기 연장 의지를 접고 회수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여기에 S-OIL이 1000억 원의 한국실리콘 유상증자 의지를 접으면서 결정타가 됐다.

한국실리콘 관계자는 "1만5000톤 공장을 풀가동하면 스팟 가격은 킬로그램당 20달러 미만까지 내려온다"며 "하지만 원재료 비용과 전기료를 비롯해 운영자금이 부족한 탓에 곤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한국실리콘은 폴리실리콘 메이저 업체를 목표로 맞춤식 투자·조달 전략을 짰다. 투자와 조달이 짜임새있게 맞물리면서 제2의 OCI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실리콘은 3단계로 나눠 전략을 짰다. 3200만 톤 생산능력을 갖춘 여수 1공장을 완공하는 게 1차 투자, 2012년 말까지 1공장 증설과 2공장 완공으로 생산능력 1만5000톤을 확충하는 게 2차 투자다. 2013년까지 생산능력 3만 톤 구축이 3차 투자다.

1차 폴리실리콘 시설투자금은 종자돈은 마련이 쉽지 않았다. 제 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2009년 진흥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에게 12%의 고금리로 600억 원을 차입했다. 핵심계열사인 에이스디지텍(649억 원) 및 경기도 사옥(140억 원) 매각대금,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BW) 300억 원, 우리은행 등의 신디케이트론 1000억 원으로 1차 투자비를 마련했다.

6000억 원가량 투입되는 2차 투자는 1차 때보단 조건이 나았다.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조달한 1년 만기 신디케이트론 3000억(시설투자 2000억 원, 차환비용 1000억 원)은 2%대 금리로 빌렸다. 아울러 S-OIL로부터 2650억 원을 조달했다.

당초 3차 투자를 감안하고 한국실리콘은 상장도 추진했다. 상장을 통해서 3000억~40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황이 악화하면서 IPO는 보류됐고 덩달아 3차 투자도 밀렸다.

2공장이 지난 10월 상업가동하면서 한국실리콘은 순항하는 듯 보였다. 문제는 시황악화로 현금창출력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조달한 풍부한 유동성을 설비투자에 몽땅 털어 넣은 까닭에 운영자금은 빠듯했다. 수 백억 원의 전기료가 연체될 만큼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한국실리콘 사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채권단의 추가 대출도 여의치 않았다. 주주사 S-OIL은 한국실리콘 구원요청(1000억 원의 유상증자)을 외면하며서 한국실리콘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국실리콘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 고비도 겪었지만 이번에는 넘지 못했다"며 "회생절차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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