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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채권은 환 투자 상품" ⑤단순 중개 그쳐 '투자분석 소홀'...투자자 보호장치 관심

이승우 기자공개 2013-03-13 13:44:48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3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은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나라들이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라 할지라도 원금 상환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브라질과 멕시코, 터키 등 국내에서 투자하는 해외 국가들도 이같은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면밀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매출 못하고 중개만 '기형적 구조'

감독당국은 국내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채권에 대해 매출 행위(홍보 및 권유)를 금지하고 있다. 중개 기능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외채권이 이에 해당된다. 브라질과 터키, 멕시코 국가가 국내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증권사들은 해외채권 판매를 위한 자체 북(book)을 운영하지 못해 증권사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채권이 없다. 수요가 있으면 채권을 구해 판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단순중개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해당 채권에 대한 분석 역할을 소홀히 할 개연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채권의 경우 단순중개로 한꺼번에 수수료를 다 떼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팔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며 "해당 증권사의 수익에 큰 영향이 없는 리서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 브라질과 멕시코, 터키 경제에 대해 심도깊은 분석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채권영업팀에서 상품 판매를 위한 '영업용 분석'에 초점이 맞춰진 게 현실이다. 해당 상품의 리스크보다는 매력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우리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이 그나마 구색을 갖추고 있는 정도다. 우리투자증권은 FICC팀을 통해 글로벌 상품 분석을 하고 있고 동부증권은 리서치센터에서 브라질과 터키 등 대상 국가와 개별 채권 상품에 대한 가장 정밀한 분석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동부증권은 내달 브라질채권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는 해외채권에 대해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해 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상태다. 투자자의 조기 환매시 이 채권을 국내 다른 수요자에게 그대로 주지 못하고 곧바로 브라질에 팔게 돼 있어 토빈세를 통한 국부유출이 일어난다는 논리도 함께 펴고 있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조기환매된 채권은 브라질에 팔고 다른 수요자 채권은 다시 브라질에서 사야하는 상황이다"며 "쓸 데 없는 세금을 브라질에다 바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해외채권은 환투자", 판매시 적시해야

해외채권 투자의 핵심은 환율이다.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 회피(hedge)를 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 변화 만큼 손익이 그대로 변한다. 지난해 브라질 헤알화 급락으로 20~30%의 손실을 본 것이 좋은 예다.

하지만 채권을 파는 지점에서는 환율보다는 여전히 금리와 절세 효과를 강조하는 게 사실이다. 브라질채권의 경우 두자릿수에 가까운 금리 그리고 비과세 혜택을 강조하며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는 것.

증권사 PB는 "해외채권은 금리와 세금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며 "환 투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일선 지점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을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임원은 "브라질 채권의 경우 세금과 금리 매력이 상당히 부각되고 있는데 사실은 이걸 보고 투자하면 안된다"며 "환율 전망이 좋은 멕시코와 터키 채권이 안 팔린다는 게 바로 환투자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 투자는 결국 그 나라 거시경제를 정확히 설명하고 전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하는데 지점에서 이를 전달하는 게 쉽지 않다. 때문에 일부 증권사는 해외채권의 경우 별도 상담 파트를 두는 경우도 있다.

이자 수령과 조기환매시 노출되는 환리스크에 대한 고지 필요성도 있다. 즉 6개월마다 받는 이자가 환변동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또 조기환매를 할 경우 5만 헤알(브라질채권), 1000만 페소(멕시코 국채) 등 일정 금액 이상 모여야만 실제 매각을 하게돼 있어 매각까지 시차 발생 리스크가 있다. 팔고 싶은 타이밍을 정확히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증권사 PB는 "해외채권은 만기가 아주 길어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며 "주식처럼 팔고 싶을 때, 혹은 정해진 기한을 예측해서 팔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꼭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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