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이 찾아낸 순환출자 해소 '묘수' 손자회사 보유 홀딩스 지분 해외계열사로 넘겨
신수아 기자공개 2013-03-15 16:29:41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5일 16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순환출자 해소 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던 하이트진로 그룹이 '묘수'를 찾아냈다. 하이트진로 그룹은 지난해 손자회사가 들고 있던 지주회사 지분을 해외 계열사에 매각하며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다. 현행법상 해외 계열사는 자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해도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하이트진로 그룹은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손자회사 '진로소주'가 홀딩스 주식 18만 여 주를 보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어, 통상 지주사 전환 후 2년 이내에 이를 모두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던 하이트진로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12년 6월까지 해소 기한을 유예를 받았고, 결국 해외 계열사에 해당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하이트진로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6월 20일 시간외거래를 통해 홀딩스 지분의 0.78%에 해당하는 18만 여주를 진로아이엔씨(JINRO Inc)에 매각했다"며 "홀딩스의 주식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18만 주를 시장에서 내놓을 경우 주식 가치의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쉽게 처분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릴 경우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고심 끝에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 해외 계열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외 계열사는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행법이 규정하는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지주회사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그 사업내용을 지배받는 국내회사'를 일컫기 때문이다. 설령 국내 기업이 100%를 출자했거나 실질적인 경영 하에 있다고 하더라도 국외 법인일 경우 자회사나 손자회사가 아니다.
진로아이엔씨(JINRO Inc)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자회사인 하이트진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나 일본에 적을 둔 해외법인으로, 홀딩스나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해도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즉 국내 자회사 '진로소주'는 보유할 수 없는 지주회사 주식을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없는 해외 계열사 '진로아이엔씨'로 넘겨 이를 해결한 셈이다. 이로써 진로아이엔씨는 기존 홀딩스 지분 0.43%에 진로소주의 보유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총 1.21%(28만 주)의 홀딩스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립하기 위해 순환출자의 고리를 풀도록 규정한 것인데, 만약 국내 기업이 100% 출자한 해외 계열사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지배구조는 또다시 순환 형태를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채이배 연구위원은 "기업집단을 지정하고 공시 의무를 부여할 때 국내 계열사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이 같은 허점이 발생한다고 본다"며 "기업집단 지정 시 해외 계열사의 지위에 대한 부분을 논의해 보완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법리상 한계를 수반한다. 본래 공정거래법은 독점규제를 통해 국내 경제 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한 거래를 만드는데 초점이 있는 국내법이다. 그러다 보니 사법적 관할 하에 있는 국내 대기업에는 강력한 구속력이 발생한다. 반면 국외에 법인을 두고 해당 국가의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한국 기업의 해외 계열사라 할지라도 입법적으로 국내법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의 본래 출발점인 독점규제법은 국내 경제 상황 하에서 공정한 거래와 경제 활동을 이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국내에 한정이 되고 국내법의 지위 하에 있지 않는 해외 사업자를 규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 법인이 공정거래법으로부터 반드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은 2004년 신설규정을 마련해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의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를 저해하거나 직접적으로 공정성을 해치는 등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명백하게 예견 가능할 경우 역외 적용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해외 법인의 지분 보유 문제 등이 미치는 실제 영향을 고려할 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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