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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건설 살리려고?‥'홍콩입성 1호' 무색 한라建 구원투수 나선 만도 재무구조 개선 용도 우려

한형주 기자공개 2013-04-15 15:01:32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5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 최초로 홍콩 증시 입성을 노리는 만도차이나홀딩스의 기업공개(IPO)가 난데없는 모회사(만도) 재무구조 개선 용도로 전락할 조짐이다. 만도가 계열사를 통해 한라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고 난 뒤 생긴 유동성 공백을 만도차이나의 공모 자금으로 메워야 할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선 만도차이나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용처가 회사 성장성과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상장시 해외 투자자 모집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납입이 예정된 한라건설의 3435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증자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계열사 마이스터가 참여한다. 배정주식 수(80만3860주)와 신주발행가액(6220원)을 감안한 정 회장의 출자금액은 50억 원 남짓이고 나머진 전부 마이스터 몫이다. 마이스터는 한라건설의 보통주 355만 주와 전환우선주 1017만 주를 각각 배정받아 총 3385억 원 어치의 신주를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번 유증에서 마이스터는 자기자본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라건설 증자에 참여하기 전 이미 모회사 만도로부터 비슷한 규모의 금액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마이스터는 지난 12일 3786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증자를 단행했는데, 여기에 만도가 단독으로 뛰어들어 해당 금액 전량을 출자했다. 출자 금액은 만도차이나의 공모 규모(약 3000억 원)는 물론 올해 만도의 예상 영업이익(약 3190억 원)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만도가 마이스터를 활용해 한라건설에 간접 출자한 것은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현재 한라건설은 만도 지분 19.99%를 보유하고 있고, 만도의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는 한라건설 지분 5.41%를 들고 있다. 이처럼 한라그룹 계열사들은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 다시 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만도가 자금난에 처한 한라건설의 구원투수로 나설 경우 유동성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만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2145억 원 수준. 마이스터 증자 참여로 만도가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은 거의 소멸됐을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이같은 연쇄 자금난을 막기 위해 만도는 만도차이나 상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한라건설 출자 후 악화된 자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상장의 본 취지인 만도의 중장기 성장동력은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실 만도 측은 지난해 상장 준비 당시만 해도 "신주모집 방식으로 자회사 상장을 진행해 공모 자금을 중국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다 올 들어 신주가 아닌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해외 투자자에게 세금을 물리도록 한 기존 세법이 개정되자, 구주매출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 "만도의 설비투자(CAPEX)를 늘리는 게 상장의 주 목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주매출 확대와 관련 한라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의사 결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도는 내부적으로 지난 3월 2000억 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하고, 6월 만도차이나 IPO를 통한 자기자본 조달 등 자금 계획을 세운 상태"라며 "하지만 이같은 금액이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등 만도 자체의 성장과 관련없는 한라건설에 쓰인다는 점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만도차이나의 신주모집과 구주매출분을 합치면 총 2억8000여만 주가 홍콩 공모주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순이익(830억 원)과 예상 PER(약 10배)를 감안한 시가총액은 8000억 원대, 주당 공모가는 1000원대다. 여기에 공모주식 수(2억8000여만 주)를 적용해 볼 때 공모 규모는 3000억 원대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늦어도 6월 내에 홍콩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콩·싱가포르 로드쇼 및 수요예측 일정은 4~5월 중 진행할 계획이다. 상장 주관은 모간스탠리와 도이치증권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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