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23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들이 최근 '만기보유 금융자산' 꼬리표를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바꾸고 있다. 보험사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동양생명의 RBC비율은 최근 3개월 만에 5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3월 만기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한 효과다. 회계처리 변경으로 4648억 원의 평가이익이 생긴 덕분에 동양생명의 가용자본은 늘어난 듯 보인다. 금융당국의 RBC비율 권고 기준이 200%라는 점을 고려하면, 계정 재분류라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상당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산은금융지주는 최근 KDB생명의 유상증자 계획을 무산시켰다. KDB생명은 3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해 자본을 확충할 예정이었다. 산은금융지주가 돌연 이 계획을 취소한 이유는 KDB생명의 RBC비율이 이미 4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자산을 재분류한 덕에 KDB생명도 유상증자 없이 자본확충 효과를 보게 됐다.
보험사의 '자본 마사지'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RBC비율 유지를 위해 2010년 12월 계정을 재분류한 한화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같은 방식으로 RBC비율을 50%포인트 올린 동부생명, 지난해 9월 마찬가지로 RBC비율을 68%포인트 상승시킨 미래에셋생명이 있다.
궁극적으로 자본건전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상증자다. '공짜 자본(Free Capital)'을 얻기 위한 회계처리 변경은 업계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인상되면 매도가능 금융자산의 평가이익이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RBC비율의 급락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기보유금융자산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하면 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ALM)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는 부채의 성격에 맞추어 금융자산을 사들이는데, 계정을 재분류하면 부채·자산의 듀레이션 차이가 벌어지게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리 환경이 변했을 때 자산과 부채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가 달라진다. 부채가 증가하는 속도를 자산이 못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회계처리 변경은 장부상 효과로, RBC비율을 반짝 올리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예고대로 RBC제도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고, 보험사에 대한 자본건전성 개선 요구도 지속될 것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리스크와 비용을 감수하면서 임시방편을 택하기 보단, RBC비율을 안정적 수준으로 유지할 근본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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