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27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에서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사항을 모두 수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제 벤처캐패탈 업계가 적극적으로 투자해 창조경제에 기여할 때다"23일 제주에서 개최된 벤처캐피탈 사장단 연찬회에서 만난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이종갑 회장의 말이다. 연찬회에 참석한 대다수 벤처캐피탈 최고경영자(CEO)들도 이종갑 회장의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정부에서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는 지난 15년간 벤처생태계 내 막혀있던 투자자금의 순환구조를 일시에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수 있다.
이 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는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등이 참여했다.
대책의 취지는 '창업→성장→회수→ 재투자/재도전'의 과정이 물 흐르듯 막힘없이 순환되도록 해 국내 벤처생태계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재구축(re-building)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벤처생태계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된 엔젤투자, 회수 및 재투자, 실패후 재도전 부분의 병목현상을 해소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그동안 벤처생태계는 코스닥시장 상장 외에 벤처자금을 회수할 통로가 사실상 없었다. 코스닥 상장에도 평균 14년이 소요되는 등 회수시장이 취약한 상황이다. 한번 실패한 기업인은 영원한 낙오자로 평가받았다.
이번에 발표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의 핵심은 벤처·창업기업의 '고위험·고수익' 구조에 부합한 지원이 되도록,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융자가' 아닌 '투자' 중심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엔젤투자 활성화, 기술혁신형 M&A 활성화, 코넥스 신설 등을 통해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회수 시스템도 마련했다. 여기에 성공 벤처1세대가 벤처투자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했다. 엔젤투자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도 부여했다.
유동성도 대폭 지원한다. 2조원 규모의 성장사다리펀드를 조성하고 3000억원 규모의 융복합 맞춤형 보증도 신설했다. 중소기업간 M&A에 따른 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M&A 자금에 대해 1000억원 규모의 보증도 신규 도입키로 했다. 정부가 벤처업계의 숙원 사항들을 상당수 받아들인 셈이다.
벤처캐피탈 사장단 연찬회에서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에 대해 '기회이자 위기'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A 벤처캐피탈 대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우리가)잘해서 이 분위기를 계속 끌고 가야한다"며 "적극적인 지원 뒤에는 보다 깐깐하게 지켜보는 눈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매년 정기국회가 열리고 정권이 바뀌면 어김없이 진행되는 정부 사정기관을 의식한 말언인 셈이다.
B 벤처캐피탈 대표도 "일각에서 벤처캐피탈에 대해 합법적으로 돈 놀이하는 금융기관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벤처캐피탈이 왜 필요하고 국가경제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이해를 구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진행된 벤처캐피탈 사장단 연찬회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직접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가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10여개 아시아국가의 벤처캐피탈 및 PE 대표들을 초청해 아시아지역내 크로스보더 딜의 활성화 방안도 공유했다. 10여년전 벤처붐을 경험한 주역들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들의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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