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17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6 대 44 대 0'.내년 맥주시장을 뜨겁게 달굴 국내 맥주시장 3강의 2012년 기준 국산 맥주시장 점유율이다. 순서대로 OB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다. 수치로만 보면 2강 구도이지만, 롯데칠성음료가 짓고 있는 충주 맥주공장 완공이 눈앞으로 다가와 늦어도 내년 상반기 말엔 3강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OB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우려감은 숨길 수 없다. OB맥주의 경우 대주주인 KKR(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이 보유지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다. 아무래도 롯데가 막강한 유통망을 등에 업고 시장을 흔들어 놓기 이전에 차익을 실현하고 나가려는 전략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하이트진로 역시 최근 진로소주를 하이트진로홀딩스에 매각하고 대신 하이트진로산업을 인수하는 등 지배구조 정비에 나섰다. 실탄 마련 차원으로 관측된다. 하이트진로 한 관계자는 "맥주시장 경쟁이 격화될 경우에 대비한 현금흐름 확보 차원"이라고 자본거래의 배경에 대해 귀띔했다.
주류업계에서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하이트진로는 은근히 롯데의 진출을 반긴다. 2011년 기준 OB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반격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었으나 롯데가 시장을 흔들어 놓는 사이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OB맥주는 내년 대주주 리스크까지 불거져 영업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경쟁업체들은 보고 있다.
롯데는 3강 구도가 맥주 시장 규모를 더 키울 것으로 기대한다.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의 파이를 키워놓았듯 롯데의 진출도 시장 규모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분 85%를 가지고 롯데아사히주류를 경영 중이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일본산 맥주를 수입 판매해 2007년 22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핸 681억원으로 세 배 늘어난 경험을 갖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다.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판촉이 늘면 고용시장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된다.
반면 출혈경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다. 'SKT·KT·LG유플' 3강 구도로 짜여진 통신시장의 과다경쟁이 참고 사례다. 매년 통신3사가 지출하는 광고비는 대략 60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수조원에 달하는 판매촉진비를 더하면 제살깎기 경쟁을 멈추지 못하는 딜레마가 이어진다.
맥주 3사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지난해 약 1500억원 가량이다. 롯데칠성음료의 가세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맥주 시장 경쟁 격화가 소비자의 혜택을 높이기 보다 각 업체의 실적만 나빠지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전에도 오비맥주, 조선맥주, 진로쿠어맥주 등 3사간 경쟁이 심화됐다가 결국 일부 업체가 부도가 나는 등 3강 구도가 깨진 경험이 있다. 과연 국내 맥주 시장은 3강 구도에 적합할 지 아니면 2강 구도에 적합할 지 지켜보는 일도 흥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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