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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지주사 전환, 무산될 듯 녹십자 반대시 임시주총 통과 불가능… 피델리티도 반대 가능성 커

정호창 기자공개 2014-01-22 08:14:54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0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동제약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추진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사실상 무산됐다. 2대 주주인 녹십자 그룹이 '반대' 의사를 확정함에 따라 임시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 가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일 제약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녹십자 그룹은 오는 24일 열릴 일동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일동제약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녹십자 그룹은 최근 고심 끝에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을 설득해 M&A를 추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녹십자 그룹이 반대 입장을 확정함으로써 일동제약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녹십자 그룹이 임시주총에서 관련 안건을 자력으로 부결시킬 수 있을 정도의 일동제약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 임시주총에서 회사 분할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선 전체 주주의 과반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녹십자 그룹이 확보한 일동제약 지분은 29.36%다. 따라서 회사 분할 안건이 가결되려면 일동제약 주주 88.08% 이상이 참석해 녹십자 그룹을 제외한 모든 참석 주주(58.72%)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동제약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20% 수준이므로 이들의 절반 가량이 주총에 참석해 모두 일동제약 오너일가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의 참석률이 그 정도로 높을 리도 없고, 설사 참석한다고 해도 지주사 전환은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안건이기 때문에 찬성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낮다.

게다가 일동제약 오너일가와 녹십자 그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이는 3대 주주 피델리티(지분율 9.99%) 역시 찬성 보다는 반대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재무적 투자자(FI)인 피델리티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일동제약 현 경영진의 승리로 사태가 싱겁게 마무리되는 것보다 적대적 M&A의 불씨를 살리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피델리티가 '중립' 입장을 취해 임시주총에 불참하거나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한다고 해도 이는 결과적으로 녹십자 그룹에 유리하다. 피델리티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일동제약의 거의 모든 주주가 임시주총에 참석한 뒤 녹십자 그룹을 제외한 전 주주가 찬성표를 던져야만 관련 안건의 가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동제약 최대주주인 윤 회장 측의 지분율은 34.16%에 그친다. 녹십자 그룹보다 겨우 4.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 정도 차이로는 윤 회장 측이 우호지분을 최대한 끌어 모아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벌인다고 해도 사실상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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