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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추천펀드' 제도, 은행·보험 3곳 중 1곳만 도입 28개 회사 중 9곳…은행·보험사 기능과 맞지 않는 '추천펀드' 선정 절차 지적

강예지 기자공개 2014-02-10 07:03: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펀드 판매회사에 대해 일정한 내부 기준에 의거한 펀드추천 제도를 둘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은행과 보험회사 중 이를 제대로 따르고 있는 곳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은행·보험회사들은 '추천'라는 용어를 피하기 위해 수익률 상위펀드, 베스트 클릭 펀드 등의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펀드를 게시해 놓고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4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국내 28개 은행과 보험회사의 펀드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9개 은행과 보험회사(아래 표 참조)만이 금융위원회 권고에 따라 내부 기준을 마련해 펀드를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금융투자협회의 판매사 통계 대상인 은행 18곳, 보험회사 10곳을 대상으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2년 펀드판매회사를 대상으로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며, 홈페이지 펀드 추천광고 행위에 대한 개선사항을 전달했다. 판매사가 '추천펀드'를 게시하려면 내부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선정 사유를 밝히라는 것이 개선 요청사항의 골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에 예·적금 등 취급하는 상품 특성상 고객이나 직원 등이 펀드에 대해 잘 알고 접근하는 증권회사와 다르다"며 "직원과 고객 간 깊이 있는 상담과 함께 일정한 기준을 따르는 펀드 추천제도가 필요하다"며 "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 중에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남은행 IBK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7곳 만이 내부 선정기준을 마련해 매달 또는 분기별로 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보험회사 중에는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2곳이 '추천펀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판매회사는 일정 기간마다 펀드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비중이나 내용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정한 정량 및 정성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계량평가 항목으로는 수익률, 투자위험, 판매액 증감 추이 등을 포함하고, 정성평가 항목으로 운용매니저 변동사항, 운용철학 변경, 프로모션과 같은 마케팅 방안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일례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매월 투자자문위원회를 열고 운용성과 75%, 운용인력 25% 등 총점 100점으로 평가해 '포커스펀드'를 선정한다.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 정보비율·샤프지수, 하방편차 등을 기준으로 운용성과를 평가한다. 운용인력 평가요소로는 운용사의 운용경험 및 운용경력, 지원하는 인력 규모, 리스크관리 등 경영진 및 투자전문인력 이직률 등이 포함됐다.

'추천펀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금융회사는 수익률이 높은 펀드, 검색 수가 높은 펀드 등을 게시하고 있다. '추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대신 단순 통계를 이용해 인기 있는 상품을 표시한 것이다. 예로 A은행은 매월 말 기준 최근 3개월 수익률 상위펀드('수익률상위펀드'), 전월 신규가입 판매실적을 토대로 고객 가입이 많은 펀드('판매BEST 펀드'), 고객이 직접 추천한 상품('고객추천펀드')을 게시하고 있다. 수익률, 클릭 수 등 통계 집적의 용이성 때문에 '추천펀드' 제도를 시행하는 대부분 금융회사도 이 같은 방식으로 인기상품을 게시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추천펀드' 제도를 꺼리는 것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운용 규모나 수익률 등 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이 공개되는 마당에 판매회사가 주관적 기준을 적용해 특정 펀드를 추천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 취급하고 있는 펀드의 종류나 수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선정 기준을 세분화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펀드 판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추천펀드'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적·금전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펀드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리서치나 성과분석 등의 절차를 두어야 하는데, 증권사와 달리 펀드판매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은행으로서는 불필요한 투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의 '판매사 홈페이지상의 추천펀드 등 관련 개선요청 사항'에 따르면 '추천펀드'를 게시하는 판매사는 리서치센터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매월 열어 내부 선정기준에 따른 정성·정량 평가로 추천펀드를 선정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추천을 위해서는 상당한 적격성을 갖춘 추천위원회가 필요하고 엄격한 선정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데, 증권사가 아닌 은행과 보험사가 이를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펀드를 골라주기 보다는 고객이 고른 펀드를 팔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추천 펀드 제도가 자리잡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객추천', '인기펀드', '수익률 베스트' 등 객관적 통계를 기초로 펀드를 게시하는 경우에는 판매사가 자의적인 재구성을 하지 않아야 한다. 신규 판매계좌 수, 금액, 수익률 등의 통계를 전산시스템으로 자동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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