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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리테일이 침묵하는 이유 [thebell note]

민경문 기자공개 2014-02-28 10:19:17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의점 'CU'로 잘 알려진 BGF리테일의 기업공개(IPO) 추진은 2대주주인 일본 훼미리마트의 구주매출을 위해서다. 훼미리마트가 공모가격이 되도록 높게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상장 과정에서 자칫 '반기'를 들 가능성도 있다. BGF리테일과 20년간의 협업 관계를 정리하고 나오는 마당에 투자금은 최대한 챙겨야 할 것이다.

BGF리테일 입장에서는 IPO가 굳이 이득될 것이 없다. 신주 발행이 아니기 때문에 상장이 성사 된다 해도 회사로 들어오는 자금은 '제로'다. 최대주주인 홍석조 회장의 경우 지분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겠지만 어차피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 처분 이익을 기대할 상황도 아니다.

더구나 공모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면 오히려 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공모가는 낮게 정해지더라도 실적 개선을 통해 주가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다. BGF리테일이 상장을 앞두고도 여타 상장 준비 기업들처럼 공모가를 올리기 위해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IPO는 홍 회장이 희망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훼미리마트와의 지분 관계 정리를 위한 수단이었다. 홍 회장은 엑시트 창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소임은 다했기 때문에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건 시장의 몫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지난 20년간 '한배'를 타왔던 양사이지만 헤어질 때는 비즈니스 관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GS리테일이 2011년 상장을 할 때도 비슷했다. LG상사 지분 매각을 통해 지난 65년의 동업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양사는 공모가 산정을 둘러싸고 갈등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부터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유명한 구씨(LG)와 허씨(GS)도 그러한데 고작(?) 20년 지기인데다 국적까지 다른 두 회사는 오죽할까.

BGF리테일이 상장 준비를 조용히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가뜩이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 때문이다. '상장 흥행이 결국 일본 기업의 배를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비춰질 경우 자칫 국부 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훼미리마트와의 원만한 지분 정리를 기대했던 홍 회장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2년 전만해도 CU(옛 훼미리마트)는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일본계 편의점으로 인식돼왔다. 한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이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업계 1위를 꾸준히 지켜온 BGF리테일이었지만 부담은 여전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홍 회장이 독자 경영을 선언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CU' 간판의 한쪽 귀퉁이에 남아있는 'with family mart'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훼미리마트와의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번 상장 작업이 독자 경영을 위한 마지막 관문일지도 모르겠다. BGF리테일 입장에서는 자칫 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미묘한 반일감정 하나라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CU홈페이지 한복판에 자리 잡은 "편의점 CU는 독도 수호에 앞장섭니다!"라는 팝업이 유독 시선을 끈다. 이렇게 해서라도 훼미리마트와의 '선긋기'를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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