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부재' CJ그룹, 올해도 장기CP에 기댈까 [그룹조달&신용이슈]신규 투자·차입금 줄여 재무 안정 꾀할 듯
민경문 기자공개 2014-03-05 11:06:48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8일 19: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CJ그룹이지만 당장 시장의 우려는 크지 않은 듯 하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없다는 점은 오히려 무리한 투자를 줄이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011년 대한통운 인수 이후 악화된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다만 그룹 평판을 신경쓰다보니 자금 조달을 사모성에 가까운 장기 기업어음(CP)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공모채를 발행할 경우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업의 세부 사정을 외부에 세세히 알려야하며 기관투자가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 부담은 늘었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의 내수 주력 기업들이 꾸준히 현금흐름은 그룹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승자의 저주' 대신 그룹의 주력 매출원으로 부상하며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1년간 CP 1조 넘게 발행…회사채는 감소세
재계 순위 20위의 CJ그룹은 지난해 7500억 원어치의 일반 기업 채권(SB)을 발행했다. 국내 그룹사 중에서는 15번째다. 2011년에는 총 1조 1000억 원어치를 발행하기도 했지만 2012년 8600억 원에 이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비즈니스 구조가 내수 위주라는 점에서 대한통운 정도를 제외하고는 계열사별 발행액이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회사채의 자리를 대신한 건 CP였다. 최근 1년 간 CJ그룹의 CP 발행액은 1조 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만기 3년 이상의 장기 CP가 주를 이뤘다. 7월 2000억 원의 CP를 통해 기존 단기어음을 장기물(3년)로 차환한 CJ대한통운이 촉매 역할을 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1년 이상의 장기 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후 발행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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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CJ E&M(1000억 원), CJ헬로비전(1500억 원) 등 10월 한 달에만 2700억 원 규모의 장기CP가 쏟아져 나왔다. CJ E&M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미루다가 결국 CP로 선회한 케이스다. 앞서 4월 1000억 원어치의 장기 CP를 발행한 CJ제일제당도 지난해 회사채 발행이 없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7000억 원 어치의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를 설정하기도 했는데 사모성 단기 조달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CP 발행은 그룹 평판에 신경 써야 하는 CJ그룹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택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CJ그룹 압수수색을 시작했는데 이는 계열사들이 CP 발행을 늘린 시점과도 묘하게 일치한다. 회사채와 달리 이사회 의결을 거칠 필요가 없고 발행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조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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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발행이 그간 그룹 차원의 확장 경영으로 늘어난 재무 부담을 최대한 감추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사모성 발행인데다 수요예측 과정이 없기 때문에 정보 공개를 최소화할 수 있다. CP 발행에 주력하고 있는 계열사는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을 당시 대규모 수요 부족을 경험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대한통운 인수 이후 차입금 급증…신규 투자 대폭 줄 듯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부재에 따라 올해 CJ그룹의 신규 투자 규모 역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투자는 주로 CJ E&M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부문의 콘텐츠 제작과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 인프라 구축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해외 투자 계획은 대부분 접은 상태다. 지난해 투자 실적 역시 당초 계획했던 3조 2000억 원에 비해 6000억 원 줄어든 2조 6000억 원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액이 감소하는 만큼 CJ그룹이 대규모 차입을 통한 자금 조달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1년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2조 2000억 원을 들인 대한통운 인수 이후 그룹 전반의 차입금이 급증해 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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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순차입금은 2010년 말 2조 6522억 원에서 2013년 9월 말 7조 413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부채비율은 126%에서 157%, 순차입금의존도는 33.4%로 나빠졌다. NICE신용평가는 "2011~2013년 CJ대한통운 인수와 생명공학 부분의 국내외 사업 확대로 그룹 전반적인 자금 소요가 커지면서 잉여현금 부족 상황이 지속됐다"고 밝혔다.
올해 CJ그룹의 잔여 회사채 만기는 5200억 원 정도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일단 CJ CGV가 지난달 500억 원을 차환했고 CJ오쇼핑 역시 500억 원 규모의 차환용 회사채를 내달 발행할 계획이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의 회사채 발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오는 5월과 7월 각각 1000억 원과 2000억 원의 만기를 앞둔 ㈜CJ와 CJ제일제당이 공모채를 찍을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장기 CP를 타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일단 양사 모두 신용등급이 AA-의 우량기업이라는 점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로 현금흐름 꾸준…CJ제일제당은 '라이신' 가격 하락에 발목
전반적으로 차입금이 늘긴 했지만 계열사들의 현금흐름창출이 꾸준하다는 점에서 CJ그룹의 재무 안정성은 탄탄하다는 평가다. 식품,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신유통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사업 위험을 낮추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승자의 저주'로 불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는 달리 CJ의 대한통운 인수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M&A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CJ GLS를 중심으로 한 신유통 분야는 그룹 매출 및 자산 비중이 10%미만이었으나 대한통운이 가세하면서 각각 29.7%와 27.9%로 커졌다. 그룹 내 사업 부문 가운데는 최대 비중이다.
택배 부문 통합에 따른 일시적 비용 증가, 해운 항만 실적 부진으로 지난해 영업수익성이 저하되긴 했지만 올해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NICE신용평가 측은 "택배부문 물동량 증가, 포워딩 부문 구조조정, CJ GLS와 합병에 따른 택배 효율성 제고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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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의 경우 방송, 영화부문에서 수위권을 기록하는 가운데 게임 및 음악에서도 양호한 시장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 부문 매출만 전년대비 134% 성장했다. CJ오쇼핑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3.2% 늘어나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4배 이상의 수요가 몰렸다.
생명공학 부문은 다소 불안하다. CJ제일제당은 2012년까지 우수한 매출 성장을 기록해 왔지만 2013년 들어 주요 생산제품이 라이신 가격이 1400달러 내외로 급락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중국GBC를 포함해 경쟁업체들의 증설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라이신 가격의 단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생명공학 부문의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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